오세훈 서울시장을 비롯해 부산·대구·경북·제주 등 국민의힘 소속 광역단체장들이 공동주택 공시가격 오류에 대한 감사원 조사를 촉구하고, 공동주택 공시가격 결정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 넘겨달라고 요구했다.
오 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 권영진 대구시장, 이철우 경북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등은 18일 서울시청에 모여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공시가격제도 개선을 위한 건의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중앙정부에 “원칙과 기준이 불명확해 신뢰도가 떨어지는 다수의 공시가격이 확인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감사원의 즉각적인 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지시해 달라”며 “현장과 괴리된 공시가격이 결정되지 않도록 공동주택 공시가격 결정권한을 각 지자체로 이양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코로나19로 어려움에 처한 국민 조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2021년 공시가격을 전년도 공시가격으로 동결해 달라”며 “특히 공시가격 상승으로 발생하는 복지수급(탈락)자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통해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해 달라”고 강조했다. 이어 “부동산가격공시법 시행령 46조에 근거해 ‘공동주택 가격조사·산정보고서’를 신속하게 각 지자체장에게 제공해 구체적인 산정근거를 알게 해달라”고 덧붙였다.
오 시장은 공시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서울시민 3명 중 1명의 세 부담이 급격하게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오 시장은 “정부가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선 3년간 한시적으로 특례세율을 적용해 세부담을 줄이겠다고 밝힌 것은 맞다”면서도 “서울은 공동주택 258만 가구 중 76만 가구, 30%가량이 공시가 6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으로 특례세율을 적용받지 못해 재산세 부담이 전년에 비해 30%가량 오르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올해 공시가격 이의신청 건수가 4만 건을 넘길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4년 전에 비해 30배 이상 증가한 수치”라며 “정부가 산정하는 공시가격에 대한 불신이 얼마나 팽배한지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도 “부산의 경우 공시가격이 지난해보다 100% 이상 급등한 곳이 있고, 한 아파트 내에 공시가가 들쭉날쭉한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며 “지자체가 시민 요구를 반영해 공시가를 검증하려고 해도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공시가격 현실화로 인한 조세 부담 증가가 헌법상 ‘조세 법률주의’에 위배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원 지사는 “공시가격은 주택과 부동산 세금의 직접적 근거가 된다”며 “정부가 일방적으로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90%로 맞추고, 개별 주택에 대해 현실화율을 제멋대로 적용하는 것은 ‘조세의 부과·징수는 국회가 제정하는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는 조세법률주의에 어긋나 위헌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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