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집단에 포함되면 계열회사 등에 다양한 규제가 가해지고 정기적으로 관련 내용에 대해 공시해야 한다. 대표적인 조항은 공정거래법 9조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는 자기의 주식을 취득 또는 소유하고 있는 계열회사의 주식을 취득 또는 소유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해 상호출자를 금지하고 있다. 이 밖에 지주회사 설립 제한(8조3항),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 금지(23조2항) 등의 조항이 법에 나와 있다.
공정거래법상 동일인(총수) 명칭은 1980년 법 제정 후 첫 번째 개정이 이뤄진 1986년 12월 31일 ‘경제력집중 및 기업집단’이라는 용어를 법령에 추가하면서 도입됐다. 정부가 소수의 기업을 집중 지원·육성하는 과정에서 대기업 총수가 적은 자본으로 그룹의 지배구조를 장악하는 현상이 벌어졌고, 정부가 이들의 경제력 집중을 견제할 필요성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동일인에 대한 명확한 개념 규정은 없다. 다만 2조2항에선 동일인을 회사와 회사가 아닌 경우로 구분하고 있다. 이 때문에 동일인은 내국인, 외국인, 법인 등 누구라도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돼 왔다. 공정위 관계자는 “외국인이라고 동일인 지정이 안 되는 건 아니다”며 “다만 복합적인 여러 요건을 조율해서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관건은 ‘사실상 지배력’이라는 모호한 개념을 어떻게 적용하는지 여부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지분율 요건은 물론 임원 선임 권한 등 다양한 역학관계를 따져봐야 해서다.
하지만 공정위는 지금까지 외국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한 예가 없다. 한국GM과 에쓰오일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두 회사 모두 한국법인이 동일인이다. 에쓰오일은 모기업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이고 아람코의 최대주주가 사우디 왕실이지만 에쓰오일의 동일인이 아니다. 공정위 안팎에선 외국인을 동일인에서 배제하는 것을 관례라고 부른다.
업계에서는 공정위가 외국과의 관계, 그리고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고려해 외국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외국에선 한국 공정위처럼 총수와 대기업집단을 한데 묶어 규제하는 경우가 많지 않아 국가 간 분쟁 소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뒀다는 얘기다. 이런 차원에서 ‘우물 안 개구리 규제’인 대기업집단 규제도 이제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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