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 택배대란, 여전한 '저상차 논란'

입력 2021-04-18 17:53   수정 2021-04-19 01:50

서울 강동구 고덕동 아파트에서 벌어진 ‘택배 대란’이 일단락됐지만, 저상차 도입을 둘러싼 논란이 택배업계에 확산하고 있다. 공원형 대단지 아파트의 지하주차장에 출입하기 위해 높이가 낮은 저상차로 바꾸면 택배기사가 소득의 30%를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화물칸 천장 높이(127㎝)가 낮은 저상 택배차를 이용하면 택배기사 수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집하 작업을 하기 어려운 것으로 파악됐다. 택배기사들은 ‘집하’와 ‘배송’ 두 가지 업무로 수익을 올린다. 집하는 각 업체에서 고객에게 보내는 물건을 수거하는 작업이다. 배송은 집하처에 모인 물건을 각 가구에 배달하는 일이다.

무거운 물건을 한꺼번에 많이 수거하는 집하 업무 특성상 화물실 높이가 낮은 저상차로는 집하를 할 수 없다는 게 택업기사들의 전언이다. 경기 김포시에서 택배기사로 일하는 박모씨는 “15~20㎏짜리 쌀을 하루 3t씩 차에 차곡차곡 쌓고 내려야 하는데, 저상차 안에서 허리를 굽히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배송과 집하에서 나오는 소득 비중은 기사 개인마다 천차만별이지만, 한 대형 택배사가 기사에게 지급하는 수수료를 기준으로 보면 택배기사 소득에서 70%는 배송, 30%는 집하가 차지한다.

집하 업무를 포기할 수 없는 기사는 ‘울며 겨자 먹기’로 일반 탑차를 유지해야 한다. 택배사 중 물량이 가장 많은 한 택배사는 아파트에 배송하는 기사 7명 중 3명이 일반 탑차를 유지하고 있다. 저상차에서는 허리를 숙이고 일해야 해 근골격계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택배기사들이 저상차 도입을 망설이는 이유다.

반면 저상차 보유 택배기사들이 공원형 대단지 아파트와 같은 ‘노른자 구역’의 일감을 가져가는 경우도 발생한다. 대리점이 임의로 기사들의 구역을 조정하는 사례가 잇달아 발생해서다.

택배노조가 택배기사 234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택배차의 지상 출입을 막는 아파트는 전국적으로 179곳에 달한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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