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인 다니엘 바렌보임(70·사진)의 내한공연이 무산됐다. 국내에선 처음 열리는 그의 피아노 독주회라 클래식 팬들이 크게 기대했던 무대였다.
공연을 기획했던 인아츠프로덕션은 다음달 19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기로 한 독주회가 취소됐다고 지난 16일 발표했다. 지난달 바렌보임의 소속사 아스코나스숄트 관계자는 "방역지침 문제만 해결되면 바렌보임은 한국에 간다"고 밝혔지만 끝내 공연은 무산됐다.
가장 큰 걸림돌은 자가격리 기간. 통상 클래식 연주자들은 한국과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를 한데 묶어 연주 계획을 세운다. 2주 동안 한국에 발이 묶이게 되면 나머지 일정을 소화할 수 없다.
공연계에서는 해외 예술가들의 내한공연을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규제가 풀릴 거라고 기대해서다. 질병관리청은 지난달 29일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 시행령을 개정한다고 입법예고했다. 14일 간의 자가격리를 일률적으로 적용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바꿀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개정의 골자였다. 이를 위해 지난 16일까지 관련업종 종사자들에게 민원을 받았다.
인아츠프로덕션 관계자는 "내한 공연을 성사시키려고 질병관리청과 지속적으로 소통했지만 격리기간 감축 시점을 두고 합의하지 못했다"며 "공연이 임박해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바렌보임의 한국 방문은 취소됐지만 일본에선 투어 공연이 열린다. 그가 일본에서 독주회를 여는 것은 16년 만이다. 바렌보임은 오는 6월 3일 도쿄 산토리홀을 시작으로 9일 나고야 아이치현예술극장에서 일본 투어를 마무리한다.
일본 정부는 해외 예술인이 입국할 때 자가격리 기간을 3일로 축소했다. 임시방편을 마련한 것이다. 구체적인 조건은 알려지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자가격리 면제 대상을 '세계적인 예술가'로 한정지었다. 일본 공연계에선 기준이 모호하다는 반응이 나왔지만 마르타 아르헤리치, 다니엘 바렌보임, 리카르도 무티가 6월부터 일본을 방문하는 데 만족하는 눈치다.
국내 공연계에선 볼멘소리가 나온다. 해결책 마련에 정부가 미온적이라는 것. 공연계 관계자는 "문화체육관광부, 외교부, 질병관리청 등 세 기관 모두 예술가에 대한 백신여권 논의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며 "코로나19가 퍼진 지 1년이 넘었지만 컨트롤타워가 없다. 장기적인 해결책이 시급한 상황인데도 방관만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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