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원정을 포기하고 휴식을 택한 ‘남달라’ 박성현(28)이 부활의 날갯짓을 시작한다. 오는 22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윌셔CC(파71·6450야드)에서 개막하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대회 휴젤 에어-프레미아 LA오픈(총상금 150만달러)에서다. 박성현은 매니지먼트를 맡은 세마스포츠를 통해 “다친 어깨 부위가 거의 다 회복됐다”며 “곧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재기 시동…‘아시안 스윙’도 모두 참가
박성현은 지난주 하와이에서 끝난 롯데 챔피언십을 건너뛰고 미국 본토에 남아 실전 감각 회복에 몰두했다. 이동 거리를 최소화하고 체력을 비축한 뒤 이번주 대회에 집중하겠다는 각오였다. 그는 2년 전부터 괴롭히던 어깨 통증이 지난해 더 심해졌고 이후 제대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피로 누적으로 왼쪽 어깨 근육이 늘어나 연골이 부딪히는 현상 때문에 통증이 그를 괴롭혔다. 박성현은 그러나 “연습도 한동안 못했고 힘들었지만 값진 시간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올해 출전한 4개 대회에서 세 번 커트 탈락한 박성현은 LA오픈을 시작으로 재기를 위한 시동을 본격적으로 걸 예정이다. 박성현 측은 “이번주 대회가 끝난 뒤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과 혼다 LPGA 타일랜드에도 출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에는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출전한다.
박성현이 분발을 다짐한 배경에는 다가오는 도쿄올림픽도 있다. 그는 앞서 언론 인터뷰에서 “올림픽에 출전하는 건 나의 꿈이다. 벌써 이미지 트레이닝도 하고 있다”며 강한 출전 의지를 드러냈다. 여자 골프 세계랭킹 14위인 그는 한국 선수 중 다섯 번째여서 ‘예비 1번’이다.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하려면 6월 말까지 세계랭킹을 끌어 올려 상위 4명 안에 들어야 한다. 박성현 바로 앞에는 세계 8위 김효주(26)가 있다.
고진영·박인비·김세영 ‘톱3’도 출전
아시안 스윙을 앞두고 열리는 이번 대회에는 박성현 외에도 톱랭커들이 총출동해 우승 경쟁을 펼친다. 세계랭킹 ‘톱3’ 고진영(26)과 박인비(33), 김세영(28)이다. 고진영은 올 시즌 출전한 4개 대회에서 세 차례나 ‘톱10’에 들 정도로 경기력이 올라온 상태다. 지난 5일 막을 내린 메이저대회 ANA인스퍼레이션 최종라운드에선 4언더파를 몰아치는 집중력을 앞세워 합계 10언더파 공동 7위를 기록했다. 최근 출전한 2개 대회에서 각각 공동 3위, 공동 2위를 기록한 김세영도 이번주 강력한 우승 후보로 점쳐진다. 올 시즌 출전한 3개 대회에서 우승, 준우승 1회씩을 포함해 모두 톱10에 입상한 박인비도 세계랭킹 1위 탈환을 노린다.
올 시즌 열린 6개 대회에서 3승을 휩쓴 미국 선수들도 대거 등판한다. 게인브릿지 챔피언십 우승자 넬리 코르다(28·미국)를 비롯해 재미동포 대니엘 강(29), 미국의 장타자 렉시 톰프슨(26)도 도전장을 던졌다.
ANA인스퍼레이션에서 우승해 ‘동남아 돌풍’을 일으킨 태국의 패티 타와타나낏(22)도 시즌 2승 사냥에 나선다. 2019년 대회 우승자 호주동포 이민지(25)는 디펜딩 챔피언 신분으로 경기한다.
2018년 출범한 이 대회는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열리지 않았다. 대회 주최 측은 예년과 달리 이번 대회가 현지시간 수요일(21일)에 시작해 토요일(24일)에 끝나도록 일정을 짰다. 국내 시청자들이 일요일에 최종라운드를 시청하고, 오는 29일 싱가포르에서 개막하는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이동 시간을 배려하기 위해서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