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구매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던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가 문재인 정부 청와대 방역기획관직에 임명되자 정치권이 시끄럽다.
청와대는 기모란 기획관의 인사과 관련해 '방역정책에서 전문성 및 소통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야권에서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은 19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확보는 했다는데, 국민들은 언제 올지 모르는 백신을 기다리며 산다"며 "'고도를 기다리며' 대사처럼 희망고문 속에 살고 있다"고 전했다.
유의동 의원은 "지난주 이스라엘은 실외에서 마스크를 벗기로 공식 결정했다"며 "일본은 총리가 나서서 정상외교를 통해 화이자 백신을 확보했다. 4차 대유행까지 우려되고 있는데 접종률이 2%가 채 안되는 우리와는 다른 상황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청와대는 '백신 구매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는 소신을 가진 기모란 교수를 방역기획관으로 임명했다"며 "어쩌면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가 국민에게 진짜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기모란 임명을 통해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더 깊어진다"고 말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 또한 "'준비에 실패하는 것은 실패를 준비하는 것입니다'라는 종로소방서 문구처럼 국민의 목숨을 구해야 할 문 정권은 이미 준비에 실패함으로써 실패를 준비한 꼴이 되고 말았다"고 꼬집었다.
김근식 교수는 "안전하고 확실한 모더나 화이자 백신도입은 갈수록 불확실하고 불투명하다"며 "코로나 확산은 '광화문 집회 책임'이 아니라, 기모란 교수 같은 '정치인 방역 전문가의 헛소리' 때문이다. 모더나 화이자 백신 구입을 '서두를 필요가 없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모더나 화이자 백신확보'에 집중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민 단국대 교수는 기모란 교수가 과거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남긴 어록을 열거했다.
서민 교수는 "우리나라는 확진자 수가 적어 백신구매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 "화이자는 부작용이 있어서 이런 백신을 꼭 맞아야 하나 싶을 정도다", "3,4월이면 굉장히 많은 백신이 나오니 비교해 보고 사도 된다"라고 말한 기모란 덕에 든든하다고 비아냥거렸다.
다른 나라에 비해 접종률이 현저하게 낮은 현재 상황에 비추어 봤을 때 기모란 기획관이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고정 출연하며 코로나 방역에 대해 객관적인 정보를 전달하기보다는 정부 옹호에 주력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수 밖에 없게 됐다.
기모란 기획관은 코로나 환자가 급속도로 늘며 백신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던 2020년 11월 TBS 뉴스공장에 출연해 “코로나 확진자 증가는 (석달 전 있었던) 8·15 광화문 집회 때문”이라고 했다. 아울러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도입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며 “코로나는 고령층에게 나타나기 때문에 휴교는 비과학적 대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국인 입국금지는 확산 방지에 효과가 없다”, “백신 접종을 늦게 시작하는 게 오히려 도움이 된다” 등 다양한 발언을 한 사실이 재조명되고 있다. 기 기획관은 지난 총선때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이재영 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의 아내로 알려져 있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방역마저 코드인사를 했다"고 비판하는 상황이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 집계에 따르면 한국의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은 OECD 회원국 37개국 중 35위를 기록 중이다.
청와대는 기모란 기획관은 사회정책비서관실에서 방역만 담당하기 때문에 전문성을 더할 뿐 문제가 될게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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