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Y한영에서 모빌리티산업 한국 리더를 맡고 있는 권영대 파트너(사진)는 1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국내 자동차 부품사 컨설팅 경험이 많은 그는 “자동차산업의 큰 틀이 변해서 어려움이 닥칠 것을 알고 있지만, 대비를 하고 싶어도 여력이 없고 방향도 뚜렷하지 않아 고민하는 업체가 많다”고 진단했다.
자동차업계는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으로의 전환이 급격하게 일어나면서 내연기관차 수요가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권 파트너는 “현대자동차 등 완성차 업체들은 미래형 조직을 만들고 로보틱스나 무인항공기 등의 비중을 높이고 있지만 협력업체들의 대응은 미진한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존 자동차 부품사들로서는 기존 사업 부문의 글로벌 ‘넘버1’이 되거나 또는 자율주행 부품, 전기차용 배터리 등 새로운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거나 배터리충전, 렌터카 사업처럼 서비스 분야로 넘어가는 등의 세 가지 변화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내 부품사들은 세 가지 모두 어려운 처지다. 세계적인 수준의 비용 경쟁력을 갑자기 갖출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고, 인수합병(M&A)을 통해 다른 영역으로 확장하려 해도 자금이 충분하지 않다.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전환하는 것 역시 충분한 노하우와 투자 유치가 필요하다.
권 파트너는 “국내 부품사에 제시할 수 있는 해법은 ‘현재 비즈니스를 조금이라도 돈 받을 수 있을 때 빨리 매각해서 투자 여력을 만들고, 이 자금으로 M&A를 하거나 새로운 서비스에 투자하는 것”이라며 “그것이 여의치 않으면 중견 부품사 간 합병이라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쿠퍼스탠다드, 일본의 아이신 등 해외 부품사들은 계열사를 합치거나 또는 다른 회사를 인수해 규모를 키우고 비용 절감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같은 분야의 경쟁자들끼리 뭉쳐서 덩치를 키우고 변화에 대응한다는 것이다.
변화를 이끌어갈 내부 리더십을 분명하게 설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수십 년 동안 성공적으로 회사를 운영해 온 기존 임직원들이 자동차산업 변화를 평가절하하는 탓에 빠르게 대응하기 어려워지는 경우도 흔하다. 성공 경험이 발목을 잡는 셈이다. “2~3세 경영자들은 특히 이런 상황에서 선대의 성과를 수성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완전히 판을 바꾸는 변화를 시도하기도 어려워 답답해하는 경우가 많다”고 그는 덧붙였다.
권 파트너는 시장 상황이 급격하게 바뀌고 있는 만큼, 조직 구조를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방식으로 새로 짜야 할 때라고도 했다. 그는 “도요타, 현대자동차와 같은 완성차 업체들은 과거 조직 구조가 연구개발(R&D), 구매, 생산, 마케팅, 판매 등 기능 중심이었지만 최근 3~4년 사이 모두 시장중심형 조직, 고객중심형 조직으로 완전히 재편했다”며 “중견기업도 이와 비슷한 변화를 시도해볼 만하다”고 했다.
예컨대 현대차의 경우 전에는 영업본부 밑에 북미 영업, 중국 영업 등의 기능이 있었다면 지금은 ‘북미사업부’에서 어떤 차를 만들지, 어떻게 생산할지, 어떻게 판매할지를 모두 결정하는 식이다. ‘시장’을 중심으로 조직을 바꾼 현대차와 달리 도요타는 소형차 조직 등 ‘고객’ 중심으로 조직체계를 바꿨다. 권 파트너는 “도요타와 현대차의 조직 변경 결과는 약간 다르지만, 과거 R&D→생산→마케팅→영업→고객으로 이어지는 의사결정 흐름을 거꾸로 ‘고객→생산’, ‘고객→R&D’ 식으로 바꾼다는 취지는 거의 비슷하다”고 했다. “이러한 변화는 의사결정자와 책임자(R&R)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필요 시 사업부를 사고팔거나 통합하는 등의 결정이 대단히 쉬워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기존 방식과 비교해 초기에는 다소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부분이 있지만 신속하고 민첩하게 시장에 맞춰 조직을 바꿀 수 있다는 장점이 크다”며 “국내 부품사들도 이런 변화를 고려해볼 때”라고 조언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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