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애 작가(32)는 대학 졸업 후 사실주의 그림을 주로 그렸다. 하지만 이번 전시는 철저히 도자기 위주로 구성했다. 그림도 도자기를 먼저 제작한 뒤 이를 소재로 그린 작품들이다. 전시장과 캔버스에는 추상화된 태아와 탯줄, 난소, 여성의 몸이 그림의 요소가 돼 둥실둥실 떠다닌다.
작가는 수년간 아이를 갖고자 필사적으로 노력했지만 실패했다. 시험관 아기 시술도 소용없었다. 괴로움을 잊기 위해 2019년 공방에서 도예를 배우기 시작했다. 무심코 빚은 도자기가 임신부의 몸과 자궁, 태아의 모습으로 완성됐다. 이렇게 1주일에 한두 점씩 꾸준히 만든 작품들을 이번 전시에 내놨다. 그는 “이만큼 몰입해서 작품을 만든 적이 없었다. 진심을 담아 작업하면서 내 마음도 치유되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그의 작품에서는 희망과 비애, 자기연민 등 복잡한 감정이 느껴진다. 하지만 결코 우울하지 않고 유머러스하다. 광주시립미술관 개인전을 위해 방한한 영국의 세계적인 설치미술가 리암 길릭도 전시장을 찾아와 작품을 감상한 뒤 매우 즐거워했다고 한다. 전시는 다음달 8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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