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 ‘임대차(전·월세) 신고제’ 시행을 앞두고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 전세 계약을 앞당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임대차 시장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임대차 보호 기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시행 초기 혼선과 전·월세 공급 위축을 우려하고 있다.
전·월세 신고제는 전국 시(市) 단위 이상의 행정구역에서 보증금 6000만원 이상 혹은 월세 30만원 이상의 임대차 계약을 맺으면 30일 이내에 담당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하도록 하는 제도다.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전월세 상한제와 함께 지난해 7월 국회를 통과한 ‘임대차 3법’ 중 하나로, 신고 세부 내용을 구체화하고 전산망 구축 등 때문에 1년 늦게 시행하게 됐다.
‘규제가 시행되면 시장이 잠긴다’는 앞선 임대차 정책의 학습효과가 세입자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지난해 7월 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가 시행된 이후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제도 도입 전과 비교해 4개월 만에 반토막이 났다. 작년 7월 1만3349건에서 같은 해 10월 5404건까지 내려갔다. 반면 같은 기간 평균 전셋값은 6200여만원 가까이 급등했다. 강남 일부 고가단지 전셋값은 중소형 면적이 20억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최근 입주물량이 많은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약세 전환했던 전세가격 흐름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온 분위기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전셋값(16일 기준)은 전주 대비 0.04% 올랐다. 지난주 5개 자치구에서 하락했지만, 이번주는 강동구 외에 하락한 지역이 없었다.
서초구에서 전세를 찾고 있는 세입자 박모 씨(35)는 “직장 때문에 이사를 가야하는데 6월 신고제를 앞두고 또 전세난이 벌어질까봐 미리 전세를 찾고 있다”며 “전세난이 벌어지면 값이 뛰는 것도 문제지만 들어가서 살 집이 없어진다는 게 더 불안하다”고 말했다.
여의도동 U공인 관계자는 “4·7 보궐선거 결과가 부정적이라 정부가 당장 임대료에 세금을 물리지는 않겠지만 추후 상황이 달라지면 어떻게 될지 누가 알겠냐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단적인 예로 임대사업자에게도 세제 혜택을 준다고 했다가 금방 철회하지 않았느냐”고 했다. 목동의 T공인 대표도 “전·월세 신고제 도입 이후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미리 전세를 놓겠다는 집주인들이 많다”며 "6월 전 계약을 마무리 하지 못할 경우 아예 매물을 거두고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경우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전·월세 신고제를 통해 수집한 정보를 미등록 임대주택 과세에 활용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정부 추산에 따르면 국내 민간 임대주택 595만가구 중 약 87%인 516만가구가 미등록 상태다. 세금이 늘면 집주인들이 세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할 가능성이 커진다. 국토부는 “표준 임대료 등 신규 임대료 규제 도입은 검토된 바 없고, 신고제 정보를 과세 자료로 활용할 계획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작년 9월만 해도 국토부는 “표준 임대료 제도는 해외 선진 사례 등을 참고해 도입 필요성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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