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은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기존 수요억제 정책으로 집값을 잡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던 여당이 확 바뀐 것은 4·7 재·보궐선거에서 성난 ‘부동산 민심’을 확인한 때문이다. 집을 가진 사람을 투기꾼으로 모는 정책을 고수했다간 내년 대선에도 역풍이 우려돼 기조를 바꾸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여당이 주요 보완과제로 삼은 게 종부세다. 집값 기준 상위 1~2%에 해당하는 가액으로 종부세를 물리는 방안이 거론된다. 종부세는 2005년 노무현 정부 때 자산양극화 완화 취지로 도입된 일종의 부유세다. 2009년 9억원 초과(1주택자 기준)로 조정될 당시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4억7946만원이었으나, 지난달엔 9억7333만원으로 두 배 넘게 뛰었다. 그런데도 종부세 부과기준이 12년째 그대로인 데다, 징벌적 과세로 인해 서울 아파트 중 24.2%가 그 대상이 됐다. 강남 3구뿐 아니라 강북에서도 종부세 대상이 된 1주택자가 수두룩하다. 종부세 도입 취지는 온데간데없이 국민에게 벌주는 세금이 될 판이다.
종부세 기준을 개선한다면 민심 무마용 ‘땜질 처방’이 아니라 조세원칙에 맞게 정석대로 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해마다 과표(공시가격) 인상을 통한 행정편의적 증세 관행도 바로잡아야 한다. 정부가 지난해 종부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시세반영률을 높이는 방식으로 세부담을 늘린 것은 헌법 제 59조에 명시된 ‘조세법률주의’에 위배될 뿐 아니라 ‘보편성, 합리성, 예측가능성’이란 조세 기본원칙에도 어긋난다.
1주택자에게까지 과도한 세금을 물리는 것은 조세의 ‘응능(應能) 부담’ 원칙에도 벗어난다. 이런 이유로 이석연 전 법제처장 등 법조인들은 위헌 여부를 묻는 헌법소원을 준비하고 있다. 집값을 잡는다는 미명 아래 종부세 인상을 위해 온갖 무리수와 꼼수·편법을 동원한 정부가 위헌 심판대에 오르게 된 것이다. 국민 재산에 부과하는 세금이 징벌적 성격을 띤다면 이는 명백한 ‘국가의 폭력’이다. 기왕 종부세 손질에 나선 만큼 조세원칙에 부합하게 제대로 고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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