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비스산업 OECD 최하" 이대론 경제강국 요원하다

입력 2021-04-20 17:55   수정 2021-04-21 00:18

경제가 고도화될수록 서비스산업이 발전하는 것은 대다수 선진국이 보여준 일반적 성장모델이다. 나라 경제에서 서비스산업 비중이 커지고 많은 일자리가 여기서 나온다. 한국이 ‘제조업 강국’이라지만, 취업자 2692만 명(3월 기준) 중 제조업 종사자는 441만 명(16%)에 그친다. 로봇과 AI 확대 등으로 제조업 고용 창출에는 한계가 있지만 서비스업은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한국 서비스산업 경쟁력이 OECD 최하위권이라는 전국경제인연합회 분석 자료는 이런 점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 서비스산업 취업자당 노동생산성이 6만2948달러(2018년)로 OECD 평균의 70%, 33개 회원국 중 28위다. 그리스(24위) 슬로베니아(27위)보다 낮고, 리투아니아(29위)와 나란히 가는 수준이다. 이러니 서비스산업의 연구개발(R&D) 규모나 비중은 더 말할 것도 없다. 21년째 적자인 서비스수지를 보면 K팝·K드라마 같은 ‘한류문화’의 국제 진출도 갈 길이 얼마나 먼지 갑갑할 정도다.

‘일자리 보고(寶庫)’인 서비스산업 경쟁력이 뒤처진 데는 복합적 요인이 있을 것이다. 전경련 지적대로, 제조업 주력기업들이 서비스업과의 융복합에 소홀했던 이유도 있다. 하지만 규제 문제를 빼고 보기는 어렵다. 테슬라가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소니가 구독서비스의 콘텐츠 회사로 변신하는 것 같은 혁신사례가 국내에서 드문 것도 결국은 입법·행정에서 광범위하게 드리워진 ‘규제 리스크’ 결과라고 볼 수밖에 없다.

정부도 여당도 규제개선을 외치고, 서비스산업 발전안도 제시했다. 하지만 공유경제를 말하며 ‘타다금지법’을 만들고, 유통산업 경쟁력을 거론하면서 복합쇼핑몰을 규제하는 식이었다. ‘규제 샌드박스’부터 ‘한국형 뉴딜’까지 서비스산업 육성은 늘 강조됐다. 그런데도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10년째 그대로다. 원격의료 또한 제자리지만 정부도 국회도 관심조차 없다.

서비스산업을 이렇게 방치한 채로는 경제강국도, 소득 3만달러를 뛰어넘는 경제도약도 요원하다. 취업유발계수를 봐도 제조업은 6.2명, 서비스업은 12.8명으로 두 배다(2018년 한국은행). 코로나 시대에 비대면 분야가 급성장하면서 서비스산업의 중요성은 한층 커질 것이다.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서비스산업 발전기반 마련 같은 데서는 여야가 대립할 일도 많지 않다. 과감한 규제혁파로 ‘민간의 창의’와 ‘시장의 역동성’을 살려보자. 당장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라는 안타까운 청년 취업난 해소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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