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50년 된 서울 여의도 시범아파트를 직접 방문해줄 것을 건의했다. 재건축이 막혀 있는 노후 아파트의 심각성을 현장에서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에서다. 오 시장은 또 문 대통령에 박근혜·이명박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과 2032년 서울-평양 올림픽 공동 개최 지원 등을 요청했다.
오 시장은 21일 청와대 초청 오찬에 참석한 뒤 서울시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대통령께 재건축이 절박한 현장, 대표적으로 여의도 시범아파트를 특정해 꼭 한번 직접 방문했으면 좋겠다고 건의했다"고 말했다.
1971년에 지어진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아파트에 속한다.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이 2018년 7월 '여의도 통개발'을 발표했다가 집 값 급등으로 이 계획이 전면보류된 이후 시범아파트의 재건축도 기약없이 미뤄졌다.
오 시장은 "직접 노후 아파트 현장에 가 보고 심각성을 피부로 절감한 적이 있다"면서 "재건축 억제 수단으로 활용해왔던 안전진단 기준을 완화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했다. 서울시는 이날 오전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개정을 위한 개선 건의안 공문을 국토교통부에 발송하기도 했다.
오 시장은 이날 함께 오찬에 참석한 박형준 부산시장이 먼저 문 대통령에게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을 건의했다고 전했다. 오 시장은 "두 전직 대통령 사면에 대해 생각하고 식사 자리에 임했는데, 박 시장이 먼저 언급해 같은 취지의 건의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의 원론적인 답변이 있었다고 오 시장은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는 2032년 서울-평양 올림픽 공동 개최 추진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오 시장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이미 호주 브리즈번을 2032년 올림픽 우선 협상지로 선정한 상황에서 서울시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청와대의 의중을 물었다"며 "'아직 포기할 단계는 아니다'라는 취지의 입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오 시장은 서울과 인천이 갈등을 겪는 수도권 매립지 문제에 대해서도 청와대의 중재와 지원을 부탁했다고 전했다. 현재 서울·인천·경기도의 쓰레기는 1992년 이후 인천 서구 수도권매립지에 묻고 있지만, 인천시는 2025년 현 매립지 사용을 종료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오 시장은 "올해 중으로는 매립지 잔여부지에 대한 가닥이 잡혀야 한다"며 "청와대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낮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오찬은 문 대통령이 제안하고 두 시장이 응해 성사된 첫 대면 만남이다. 두 시장 모두 국민의힘 소속으로, 문 대통령이 야당 인사만을 초청해 오찬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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