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법조계에서 이 유보부 이첩을 둘러싼 혼란과 우려가 만만치 않다.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유보부 이첩이 법리적으로 가능한 것인지 둘째, 권력자를 보호하기 위한 새로운 ‘방패’가 되는 것은 아닌지 셋째, 이 두 가지 의문이 해소될 때까지 앞으로 사법처리에 얼마나 큰 혼란을 불러올지다.
더 근본적으로 형사소송법·검찰청법 등엔 검사가 기소할 수 있는 범위를 제한하는 규정이 없다. 공수처는 향후 공수처 규칙을 마련해 유보부 이첩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입장이지만 현행법이 검사의 기소권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은 이상 규칙 마련이 아니라 법 개정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게다가 공수처법 제17조가 명시하듯 공수처와 검찰은 ‘협조’하는 사이다. 헌법재판소도 “공수처가 다른 국가기관에 대해 일방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못박았다. 한쪽이 다른 쪽을 지휘하는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공수처가 검찰보다 우선적으로 기소권을 주장할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
그런데도 김 처장은 왜 굳이 이런 ‘무리수’를 예고했을까. 공수처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에 연루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이규원 검사에 대한 검찰 수사 도중 유보부 이첩 개념을 제시했다. 유독 이 사건만큼은 공수처가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겠다고 나선 것이다. 검찰의 비리를 검찰이 수사·기소하는 과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제 식구 감싸기’를 막기 위해 생겨난 기관이 왜 이성윤 지검장 연루 사건에서 유보부 이첩 ‘카드’를 꺼내든 것인지에 관한 물음에 공수처는 답할 수 있나.
공은 법원으로 넘어갔다. 이규원 검사는 공수처가 아니라 검찰에 의해 재판에 넘겨졌다. 대법원은 “검찰이 이 검사 사건을 재판에 부친 과정이 적법했는지는 해당 재판부가 판단할 일”이라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사안이 사안인 만큼 1심에서 끝나지 않고 대법원까지 가지 않겠느냐”며 “시간이 걸릴 텐데, 그사이 비슷한 갈등이 반복되거나 대법원 판결이 나온 뒤에도 관련 기관들이 불복해 또 마찰이 빚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공수처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수사, 그런 수사를 통한 고위공직자의 부패 척결을 바라는 국민적 열망에서 출발했다. 국민 혈세로 돌아가고 있는 공수처가 더 이상 혼란의 진원지가 돼서는 안 될 것이다. 그 혼란이 공정성과 관련된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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