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앤알바이오팹, 뼈재생 돕는 3D 프린팅으로 中·유럽 진출

입력 2021-04-21 17:42   수정 2021-04-23 09:09

“머리뼈를 여는 수술(개두술) 환자 대부분이 티앤알바이오팹의 3차원(3D) 바이오 프린팅 제품을 사용하는 시대가 올 겁니다.”

윤원수 티앤알바이오팹 대표(사진)는 2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시아에서만 연 7000억원 규모인 개두술 봉합 분야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미완의 대기에서 캐시카우 발굴
티앤알바이오팹은 3D 프린팅 기술을 기반으로 뼈와 뼈 사이를 이어주는 지지체를 제조하는 회사다. 뼈 사이에 구멍이 송송 뚫린 지지체를 넣어 뼈 세포와 콜라겐과 같은 세포외기질이 이동하면서 손상된 조직이 복원되는 구조다. 지지체는 폴리카프롤락톤(PCL)과 제3인산 칼슘(TCP) 등이 섞여 있어 몸 안에서 2~3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분해돼 없어진다.

티앤알바이오팹은 세계적인 3D 프린팅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 ‘미완의 대기’로 불렸다. 2014년 서울성모병원에서 암 환자의 오른쪽 안면뼈를 3D 프린팅으로 완벽하게 복원한 보형물을 만들면서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수술 건수가 많지 않은 국내 특성상 대규모 매출로 연결시키기 어렵다는 평가였다.

이런 측면에서 개두술 환자에게 사용하는 지지체는 이 회사의 ‘캐시카우’(현금 창출원)로 떠올랐다. 현재 개두술을 한 환자는 수술로 생긴 구멍 또는 틈을 골시멘트로 메운다. 하지만 일종의 합성수지인 골시멘트가 머릿속에 계속 남아있다 보니 여러 부작용이 나타났다. 골시멘트를 세계에 납품하고 있는 독일 비브라운 역시 이런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 티앤알바이오팹을 찾아왔다. 티앤알바이오팹은 1년 만에 해결책을 찾아 국내 허가까지 받았다. 톱니바퀴처럼 생긴 모양의 지지체를 수술 후 생긴 두개골 틈에 맞춰 끼워넣는 방식이다. 이 지지체는 뼈와 피부 조직이 재생되면 없어진다. 회사 측은 시장 규모를 중국 4200억원 등 약 70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윤 대표는 “머리뼈를 여는 과정에서 사용한 톱과 드릴의 흔적을 메울 수 있는 지지체를 3D 프린터가 만들어낸다”며 “개당 수십 만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어 사업성이 높다”고 말했다.

티앤알바이오팹은 지난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이 제품의 국내 사용 허가를 받았다. 이달 수술 환자에게 처음 적용할 예정이다. 윤 대표는 “이미 안면 윤곽 성형수술에 약 5만 건 적용된 제품”이라며 “여러 의사의 검증을 거쳤기 때문에 큰 문제 없이 시장에 안착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중국 등 해외 시장 허가도 준비하고 있다. 윤 대표는 “하반기부터 중국과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서기 위한 허가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며 “신경외과 분야 점유율 1위인 비브라운에서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존슨앤드존슨과 새 제품 개발 진행
티앤알바이오팹은 글로벌 1위 의료기기회사인 존슨앤드존슨과도 손을 잡고 새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기존 지지체 제품에서 한발 더 나아가 피부와 인대, 근육 등을 재건하는 연조직을 만드는 사업이다.

윤 대표는 “상처 봉합과 힘줄 재건 성형수술, 근막 재건 등 적용할 수 있는 분야가 많다”며 “독보적인 3D 프린팅 기술과 차별화된 재료를 통해 다양한 사업을 할 수 있는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존슨앤드존슨과의 공동 연구는 오는 8월 끝난다. 윤 대표는 “어떤 제품을 개발하는지는 양사 간 비밀 유지 조항이어서 공개할 수 없지만 그동안 보지 못했던 신제품이 나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와 함께 중국 시장 진출도 추진한다. 이 회사는 중국 지안충메디컬디바이스와 지난해 조인트벤처(JV)를 설립했다. 윤 대표는 “중국 1위 임상대행업체(CRO)인 타이거메드가 중국식품약품감독관리총국(NMPA) 인허가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티앤알바이오팹은 또 장기 성장 전략으로 세포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윤 대표는 “역분화줄기세포주를 활용해 심근경색 이후 발생하는 심부전 환자를 대상으로 심장근육을 재생할 수 있는 세포 프린팅 패치를 개발 중”이라고 했다. 그는 2023년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윤 대표는 “지금까지는 성장 잠재력을 지닌 회사로 평가받았다면 앞으론 돈을 벌 수 있는 회사로 거듭날 것”이라며 “내년부터 시판 제품이 잇달아 나온다”고 설명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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