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방역 상황 관련 정부가 안일하게 대처한 측면 있다고 솔직히 인정합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20일 국회 외교통일위 긴급 현안 질의에서 "저희도 상당히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당황한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부의 대응이) 미숙하고 실패했다고 곡해될 수 있는 말씀을 하셨다"고 지적하자 정 장관은 "외교적으로 백신 도입을 국민을 안심시킬 수 있을 정도로 했는가에 대한 제 반성의 말씀"이라고 물러섰다.
이 과정에서 정 장관의 입에서 '반성'과 '인정'이라는 표현이 나온 것이 주목을 끌었다.
코로나 19 사태 장기화 속 백신 문제가 본격적으로 거론된 뒤 우리 정부가 백신 대책이 미흡했음을 처음으로 인정한 발언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당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물량을 오퍼한 회사들을 다 합치면 3000만 명분이 넘는다"며 "(화이자, 모더나는) 우리와 빨리 계약을 맺자고 오히려 그쪽에서 재촉을 하고 있는 그런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백신 확보에서 불리하지 않은 여건에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문재인 대통령 또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충분한 물량의 백신이 확보돼 있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작년말 직접 확보했다던 모더나 백신 2000만명 분도 올 상반기 도입이 어려워졌다고 정부가 시인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모더나 CEO와 화상통화하고 4천만 회분이 5월에 도입될거라고 말했다.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은 이날 대정부질문에서 김은혜 의원이 "2분기 2000만명 확보한다는 모더나 백신 어디 있나"라고 묻자 "밝혀도 되나 모르는데, 상반기에는 못 들어오고 하반기에 들여오도록 돼 있다"고 답했다.
이에 김 의원이 "청와대가 올해 2분기 모더나 백신 2000만명분을 확보했다고 한 것은 거짓말인가"라고 되묻자 홍 직무대행은 "4000만 도즈가 2000만명분이다"라며 엉뚱한 답을 내놨다.
이 과정에서 김 의원은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냐", "여기서 저를 가르치시나. 제가 모르고 왔겠나", "질문을 하려면 저랑 자리를 바꾸자"며 호되게 질책했다.
정 장관은 미국에서 백신을 긴급지원 받은 뒤 추후 국내에서 생산한 백신으로 되갚는 '백신 스와프' 추진 사실도 공개했다. 하지만 이 계획 또한 미국의 자국민 우선조치로 인해 불투명한 상황이다.
당초 정부는 작년말 야당이 백신스와프를 촉구하자 "계획이 없다"며 일축한 바 있다.
이날 대정부 질문 또 다른 주요 화두는 부동산 대책이었다.
김은혜 의원은 이날 홍 직무대행에게 "‘사자니 취득세, 살자니 보유세, 팔자니 양도세, 주자니 증여세, 이승을 떠나자니 상속세’ 이런 말씀을 들어봤느냐"고 물었다.
이어 "2·4 (부동산)대책 이후 정책 효과가 두 달 후엔 나타날 것이라 했는데 지금 부동산 시장이 효과를 보고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홍 직무대행은 "시장 가격 상승 속도가 많이 꺾였다"고 답했다.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부과 기준을 공시가격 ‘9억원 초과’에서 상향할지 여부를 묻는 질의엔 “(종부세 과세) 기준이 10∼11년 전 설정된 거라 검토 여지가 있지 않겠나 싶어 짚어보고 있지만,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로 미칠 영향이 커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의원이 “임대차 3법으로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힘들었다”고 지적하자, 홍 직무대행은 “모든 정책은 100% 모든 사람이 이득을 볼 수 없고, 보완을 위해 정부도 제도를 개선했다”며 임대차 3법의 수정 계획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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