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을 지을 때 가장 많이 들어가는 재료는 단연 시멘트다. 빌딩 아파트 도로 항만 공항 댐 등을 구성하는 핵심 소재여서 ‘건설의 쌀’로도 불린다. 쌍용C&E는 국내 시멘트산업이 태동한 후 현재까지 단 한 번도 ‘업계 1등’ 자리를 놓쳐본 적이 없는 시멘트업계의 ‘맏형’이다. 한국은 세계 10대 시멘트 생산국으로 지난해 시멘트 생산량은 4830만t이다. 쌍용C&E는 국내 생산의 25%, 수출 물량의 50%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강원 동해공장을 비롯해 강원 영월·북평, 전남 광양 등 4개 공장을 통해 연 1500만t의 시멘트 생산 능력을 갖췄다.
국내 최대 시멘트업체인 이 회사가 지난달 창립 59년 만에 기존 사명을 ‘쌍용양회’에서 ‘쌍용C&E’로 바꾸고 환경 사업을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삼는 등 ‘제2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 새로운 사명의 ‘C&E’는 시멘트(Cement)와 환경(Environment)을 의미한다. 홍사승 쌍용C&E 회장은 “시멘트는 국가 기간산업이지만 ‘정체 산업’이기도 하다”며 “시멘트만으로 성장을 지속하긴 어렵기 때문에 ‘종합환경기업’으로 변신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쌍용C&E가 본격적인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것은 2016년 국내 사모펀드(PEF)인 한앤컴퍼니가 인수하면서부터다. 한앤컴퍼니 인수 초기 업계에선 “단기 차익만 노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오히려 그동안 시멘트업계가 시도하지 못한 과감하고 선제적인 설비 투자로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고수익·고효율 체질로 바뀌었다는 분석이다.
한앤컴퍼니는 2016년 4월 쌍용C&E 인수 후 1주일 만에 국내 최대 규모의 친환경 폐열발전 설비에 대한 1100억원대 투자 결정을 내렸다. 이어 국내 최대 규모인 22㎿h급 에너지저장장치(ESS) 설치도 단행했다. 전기료가 저렴한 심야시간에 전력을 충전했다가 낮시간에 활용하기 위한 조치다. 덕분에 쌍용C&E는 연간 300억원의 전력비용을 절감하게 됐다. 2017년엔 쌍용머티리얼 쌍용에너텍 등 비(非)시멘트 사업부문을 매각하고 국내 1위 슬래그시멘트업체인 대한시멘트를 인수하는 등 사업구조도 재편했다.
차별화된 기술력과 품질도 쌍용C&E의 경쟁력이다. 이 회사는 건설시장 수요에 맞춘 다양한 시멘트를 개발해 업계에서 가장 많은 15개 품목, 41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업계에서 유일하게 모든 종류의 시멘트 제품 생산이 가능한 시스템도 갖췄다. 특수시멘트 분야에서 쌍용C&E는 ‘절대 강자’다. 쌍용C&E의 3종 조강 포틀랜드시멘트는 ‘빨리 굳는 시멘트’로 최근 건설 공사 현장에서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고강도 PHC파일 제작용으로 불티나게 팔렸다. 도로 철로 등의 긴급 보수용으로도 판매가 급증했다. 일반 시멘트가 목표 강도로 굳는 데 한 달 가까이 걸리는 데 비해 이 제품은 1주일밖에 안 걸린다.
쌍용C&E 관계자는 “올 들어 50인 이상 기업까지 주 52시간 근무제가 확대 시행된 가운데 공기를 단축하고 인건비를 절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수요가 컸던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이 밖에 △LNG저장탱크, 지하철 등에 쓰이는 4종 포틀랜드시멘트 △해상교량 및 항만시설, 하수처리장 등에 쓰이는 염해저항성 혼합계시멘트 △공항 활주로 포장에 쓰이는 저알칼리 시멘트 등도 인기 제품이다.
환경사업에서 발생하는 상각전 영업이익(EBITDA) 비중도 현재 12%에서 5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런 구상을 담은 것이 쌍용C&E가 지난달 발표한 미래경영 비전 ‘Green2030’이다. 홍 회장은 “순환자원(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해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환경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깨끗하고 살기 좋은 미래 환경을 만드는 데 앞장서는 종합환경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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