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톰, 건담…'로봇의 나라' 일본에서 찾는 투자 기회 [더 머니이스트-지민홍의 일본주식 가이드]

입력 2021-04-25 07:42   수정 2021-04-26 09:12



학교 앞 문방구에서 동생과 함께 엄마 손을 끌어당기며 장난감 로봇을 사달라고 조르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최근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이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려서 관심을 끌었던 아스트로보이 아톰도 있죠. 건담 프라모델, 영화 트랜스포머 등 가벼운 취미로서의 관심이든 기업이 바라보는 산업으로써의 관심이든 로봇에 대한 관심은 끊이지 않습니다. 장난감 로봇에 대한 추억으로 로봇관련 일본 주식에 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BOTZ, IRBO, ROBO, ROBT 등은 미국에 상장되어 있는 로봇관련 상장지수펀드(ETF)들입니다. 비중의 차이는 있지만, 관련 ETF에 반드시 들어가는 몇몇의 회사들이 있습니다. 글로벌 산업용 로봇시장의 빅(BIG)4로 꼽히는 ABB(1998년 스웨덴 ASEA, 스위스BBC합병), 화낙(일본), 야스카와전기(일본), KUKA(독일) 입니다. KUKA는 중국을 대표하는 가전업체인 메이디그룹에 인수되었는데 메이디그룹은 지속적인 인수합병(M&A)을 진행중이고, 가전 사업 외 로봇 분야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2015년에는 일본 야스카와전기와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한데 이어, 2017년에는 KUKA를 인수했습니다.



로봇은 크게 제조용 로봇(각 산업 제조현장에서 작업을 수행하는 로봇)과 서비스용 로봇으로 분류됩니다. 서비스용 로봇은 다시 개인서비스용 로봇(건강, 교육, 엔터 등 실생활의 보조수단의 역할을 하는 로봇), 전문서비스용 로봇(의료, 건설, 유통, 의료, 국방 등 전문적인 작업을 수행하는 로봇)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협동로봇(Co-Robot)을 개발하는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산업용 로봇과 다르게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작업하면서 사람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로봇입니다. 이는 사람을 온전히 대체하는 대신 사람의 효율적인 업무수행을 보조하도록 제작된 형태입니다. 가장 쉽고 가까이는 최근 일부 식당 등에서 테이블까지 음식을 가져 다 주는 서빙로봇이 그 예입니다.

산업용 로봇, 서비스용 로봇의 단순 분야만 나열해도 그 수가 적지 않습니다. 성장하고 있는 로봇산업의 각 분야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글로벌 회사들도 너무나 많습니다. 이는 이 회사들 가운데 승자가 누가 될지 예측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시장이 성장하고 확대될 것이라는 판단이 섰다면, 그 시장에서 누가 승자가 되든 상관없이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은 회사들을 추려내야 할 것입니다.

확률이 높은 쪽을 선택한다면 이미 과점화 되어 있는 산업용 로봇의 전통 강자들과 로봇에 꼭 필요한 핵심부품에서 강력한 해자를 가진 기업들 위주의 투자가 성공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중 일본 회사들만 조금 추려내 소개하려고 합니다.



일본전산(니덱)은 정밀 소형모터, 차량, 가전, 상업, 산업용 모터를 주 사업으로 합니다. 세계적으로 스마트팩토리, 공장자동화의 추세에 따라 소형 로봇 부품(감속기) 등으로 사업확대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정밀 소형모터에서부터 초대형 모터까지 커버하는 글로벌 플레이어입니다.

화낙은 산업용 로봇분야 세계 1위입니다. 1956년에 일본에서 민간 최초의 NC(수치제어), 서보기구 개발에 성공한 이후 지속적으로 공장 자동화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화낙의 기본 기술인 NC와 서보, 레이저로 구성된 FA(Factory Automation)부분과 그 기본 기술을 응용한 로봇 사업부분, 로봇 머신 사업부분을 세 기둥으로, 사물인터넷(IoT)을 담당하는 오픈 플랫폼 필드 시스템(FIELD system)을 가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수치 제어(NC)장치는 공작기계의 공정 및 공구의 경로 등에 대해서 수치 전달하고 제어하는 장치로 공작 기계의 두뇌로 불립니다.

야스카와전기는 인버터, 서보모토, NC 장치 등 부품 사업과 산업용 로봇(용접, 조립, 운송)을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습니다. 야스카와 전기는 중국에 대규모 공단을 세우고, 중국기업과 JV를 설립하는 등 중국에서 적극적으로 사업을 확대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나브테스코와 하모닉드라이브시스템은 감속기가 주 사업입니다. 감속기는 모터의 동력을 증감시키는 로봇의 핵심부품 중 하나이며, 감속기를 통해 변환된 동력을 통해 정밀한 로봇의 움직임을 실현할 수 있습니다. 나브테스코의 산업용 로봇 관절용 정밀 감속기는 세계시장 점유율 약 60%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하모닉드라이브시스템은 나브테스코가 지분 19%, 도요타자동차가 4.5%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작년 한 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중국의 신규 공장 증설 등의 착공이 연기되면서 산업용 로봇제조업체들의 실적은 전년대비 큰 폭의 하락을 보였습니다. 향후, 핵심 부품 등에서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일본기업들과 공작 기계, 산업용 로봇 분야에서 가장 큰 시장인 중국 기업, 글로벌 테크기업들이 포진한 미국기업들의 시장 잠식을 위한 경쟁 속도가 빨리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각국 간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국내 역시 현대차그룹(보스톤다이나믹스), 현대중공업지주(현대로보틱스), 두산로보틱스, 로보스타(LG전자), 고영 등 크고 작은 기업이 활발히 로봇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제 제조업 공정에서의 자동화, 스마트팩토리, 그리고 일상 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사람과 함께 지내게 될 각 분야의 협동로봇은 거스를 수 없는 큰 흐름이며, 분명 이 큰 흐름 안에 투자의 기회가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로봇관련 산업 속에서 매력적인 기업을 찾아 투자하고, 좋은 결과까지 얻는다면 단순히 수익을 낸 투자를 넘어 어쩌면 유년시절 장난감 로봇이 간절히 갖고 싶었던 마음과 닿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지민홍 신한금융투자 한남동PWM센터 PB팀장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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