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는 오피스빌딩(미래에셋광화문 사옥)으로 계획됐다가 호텔이 됐고, 후자는 호텔(유진관광호텔)로 공사 중에 매각돼 오피스빌딩으로 컨버전(Conversion) 된 사례입니다. 처음 개발 허가를 받은 목적과 완성된 건물의 목적이 달라진 부동산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1997년에 외환 위기로 인해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이후 리츠, 부동산 펀드 등 간접 투자 기구가 활발하게 도입됐고 오피스 시장이 급성장했습니다. 이 때문에 호텔과 상업 시설로 개발 예정이던 프로젝트들이 오피스 빌딩으로 컨버전 개발되는 사례가 증가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앞서 언급한 SFC를 비롯해 을지로 미래에셋센터원과 신세계메사빌딩 등입니다.
오피스 부동산 시장은 이를 기반으로 10년 동안 성장세를 지속했습니다. 그러다가 2008년 9월 리먼 사태의 영향으로 수익성 폭락과 공실률 급등의 시기를 맞이했습니다. 단군 이래 최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이었던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도 이 시기를 거쳐 2013년에 최종 무산됐습니다.
오피스 시장 호황기에 착공했던 오피스 빌딩 준공 물량이 여러 해 동안 과잉 공급되면서 오피스 시장은 침체기를 맞지만 잠시였습니다. 한류 열풍을 따라 증가한 중국인 관광객으로 숙박시설이 부족하자 다수가 호텔로 전환됐습니다. 광화문의 포시즌스 호텔 서울(2013)을 비롯해, 신라스테이 광화문(2012), 티마크 호텔(2012), 솔라리아니 호텔(2011), 나인 트리 호텔(2012) 등이 오피스빌딩에서 호텔로 컨버전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힙니다.
홍대 입구, 여의도 등 상업시설에 대한 수요가 많은 지역에는 또 다른 컨버전 형태가 나타납니다.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높은 저층부에 상업시설의 비중을 확대하는 것입니다. 이를 밸류 애드(Value-add) 컨버전이라고 합니다. 이 트렌드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가량 집중됐습니다.
공유 오피스 시장의 규모는 실리콘 밸리에서 시작된 공유 오피스 ‘위 워크(WeWork)’와 국내 오피스 플랫폼 브랜드 ‘패스트파이브(FASTFIVE)’를 필두로 단기간 동안 급격히 성장했습니다. 판교 테크노 밸리의 업무시설 초과 임차 수요가 확산되면서 오피스 시장이 빠르게 안정됐습니다. 공유 오피스를 매개로 한 거래가 이어지면서, 최근 2년간 평균 매매가격 상승률이 두자릿 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우리의 일상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부동산 매매시장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호텔과 리테일 투자 시장이 얼어붙었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대안 상품으로 여겨온 물류 센터와 오피스 빌딩의 매수 경쟁이 치열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매매가격도 급등하는 가운데 임대료 상승률은 연간 2% 내외에 그치면서 대안 상품이 필요해졌습니다. 강남권역을 중심으로 하이엔드 주거 상품의 공급이 많아진 것이 그 이유입니다.
1970년대를 시작으로 1980~1990년대 이후 공급된 노후 빌딩이 많은 서울 주요 권역의 경우 노후 빌딩을 매입해 주거형 오피스텔이나 임대 주택으로 용도를 변경하는 트렌드가 크게 늘고 있습니다. 매매가격이 높기 때문에 수익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주거 상품으로의 컨버전 사례 또한 금년 하반기를 넘어 2022년까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수익형 부동산 상품으로 주목받는 오피스와 호텔, 상업시설 및 주거시설은 IMF 이후 약 20여 년 동안 3년에서 5년을 주기로 변화됐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수요와 공급 원리에 따라 스스로 변화하고 진화해온 산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 수익형 부동산의 컨버전 트렌드는 시장에 대한 규제보다는 공급과 수요 원리에 따라 시장의 자율에 맡겨 놓는다면 상품 간 컨버전을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해 나갈 것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재견 (주)신영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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