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흥태 인당의료재단 이사장은 부산 의료계에서 ‘불패(不敗)의 사나이’로 통한다.
1985년 자그마한 개인병원으로 문을 연 부민병원을 부산에만 3개 병원을 둔 경남지역 대표 관절·척추 전문병원으로 키웠다.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다음 목표는 서울이었다. “지방병원이 서울에서 성공한 전례가 없다”는 주변의 만류에도 그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렇게 2011년 서울에 입성한 지 10년 만에 서울부민병원을 300개 병상을 갖춘 서울 강서구의 대표 병원 중 하나로 올려세웠다.
올해 일흔을 맞은 정 이사장의 도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부민병원을 척추·관절을 넘어 심혈관, 치매 등 노인성 질환을 종합적으로 다루는 병원으로 업그레이드하기로 한 것. 환자들의 진료 정보와 각 병원의 진료 시스템 등을 통합 관리하는 정보기술(IT) 서비스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정 이사장이 꿈꾸는 부민병원의 미래를 들어봤다.
▷부민병원은 총 4개 병원으로 구성돼 있다. 각 병원의 특징과 경쟁력은 무엇인가.
“부민병원은 서울에 한 곳, 부산에 세 곳을 두고 있다. 이 중 서울·부산·해운대병원은 관절 전문, 구포는 재활 전문병원이다. 국내에 허가받은 20개 관절 전문병원 중 15%(3곳)를 갖고 있는 셈이다. 부산부민병원은 경남권을 대표하는 정형외과 병원이다. 관절·척추 분야만 놓고 보면 서울에 있는 일류 대학병원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 서울부민병원과 해운대부민병원도 척추변형 센터, 척추내시경센터, 뇌신경센터, 치매센터 등 세부 분야별로 특화 센터를 운영해 전문성을 높였다.”
▷지방에서 출발한 병원이 서울에서 자리잡기가 쉽지 않은데.
“서울부민병원은 서울 강서권에선 꽤 인정받는 병원이 됐다고 생각한다. 의료진의 실력이나 고객만족도, 병상 규모 등 여러 측면에서 자리를 잡았다고 본다. 비결은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의료의 질’이다. 잘 진단하고, 잘 수술해야 환자가 찾아오지 않겠는가. 이게 의료의 본질이다. 그래서 정상급 의료진을 영입해야 했다. 급여뿐 아니라 의사마다 원하는 근무환경과 연구환경을 최대한 맞춰주자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두 번째는 서비스다. 환자들에게 ‘대접받았다’는 느낌을 새겨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의사 간호사 등 직종별 서비스 매뉴얼을 마련하고 수시로 점검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 10여 년간 부업으로 영화관·북카페·음식점 등 다양한 사업을 해본 게 ‘서비스 마인드’를 갖는 데 도움이 됐다.”
▷관절·척추 외에도 심혈관 등 다양한 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병원을 찾은 환자 중 관절·척추 문제로 검사를 받다가 다른 질환을 발견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관절·척추 환자 중 상당수가 고령자이기 때문이다. 이런 환자에 대해 관절·척추만 치료하고 다른 병원으로 보내는 건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고령층에 많이 발병하는 심혈관, 치매, 뇌신경, 신장 등 다른 전문 센터를 갖추게 됐다. 운영해보니 상당한 시너지가 있더라. 고령화로 인해 이런 환자는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조만간 서울부민병원에도 심혈관센터를 열 예정이다.”
▷새로 도전하는 분야가 있다면 무엇인가.
“의료산업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의료’ 사업을 키우는 걸 마지막 도전으로 생각하고 있다. 전략적 협력사인 비플러스랩과 손잡고 스마트폰 앱 ‘어디아파’를 출시했다. 이 사업만큼은 나보다는 정훈재 서울부민병원 병원장이 중심이다. (정 병원장은 비플러스랩의 공동대표도 맡고 있다.) 비플러스랩이 개발하는 건 클라우드 기반의 전자차트다. 환자가 여기에 자신의 진료 정보를 올리면 방문하는 병원의 의사가 들여다볼 수 있다. 환자는 어느 병원이든 ‘어디아파’ 앱을 통해 진료일을 예약하고, 의사에게 증상을 미리 알릴 수 있다. 처방전이 약국에 미리 전송돼 방문 즉시 약을 수령할 수도 있다. 단순 반복작업에 걸리는 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의사는 치료에 집중할 수 있고, 환자 만족도도 높일 수 있다. 연내 기술 개발을 끝마치고 서울부민병원에 시범 적용할 계획이다.”
이선아/오상헌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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