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과 영등포구 여의도동, 양천구 목동 일대에 위치한 공인중개업소들에 따르면 토지거래허가제가 추가 지정된 지역에서 발표 하루 새 투자자들의 문의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토지거래허가제가 개발 호재의 시그널이 된 것이다.
앞으로 이들 지역의 갭투자는 어려워질 전망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뒤에는 매입하게 되면 실거주가 의무화되기 때문이다. 고가 전세 보증금을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는 어려워진다. 매매조건이 까다로워지다보니 당분간 거래량이 줄 수 있다. 하지만 목동과 여의도에서는 내심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반기는 분위기다.
목동에서는 주요 재건축 단지인 신시가지 9단지가 작년 안전진단에서 탈락한 데 이어 지난달 11단지도 고배를 마시는 등 그간 사업 진행이 지지부진했기 때문이다. 여의도도 지구단위계획이 수립됐는데 서울시가 재건축 인허가 행정 절차를 진행하지 않아 정비사업이 멈춰 있다. 주민들은 박원순 전 시장 때 주춤했던 재건축 진도가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여의도동 B중개업소 관계자는 “이제 재건축이 되긴 되나보다 얘기를 한다”며 “토지거래허가구역에 속하게 됐다는 건 1년간 재건축 진행을 신속하게 하겠다는 의미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목동 N공인 대표도 “안전진단에서 탈락한 단지들도 언젠간 될 것이란 기대감이 있어 그런지 가격이 낮아지지 않는 분위기였다”면서 “오세훈 시장이 재건축 활성화에 대한 의지를 계속 내비치면서 앞으로는 빠르게 가격이 뛸 것이라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양천구는 목동 신시가지 11단지가 지난달 2차 정밀안전진단에서 재건축 불가 판정을 받았음에도 시장선거 이후 호가가 더 올랐다. 목동신시가지7단지 66㎡의 경우 이달 9일 17억6000만원(6층)에 매매가 이뤄지며 종전 최고가인 2월의 17억4000만원(12층) 기록을 경신했다. 시범·공작·광장·목화 등 여의도 재건축 아파트들도 호가가 3억~4억원씩 가량 높게 붙고 있다. 시범아파트 전용 118㎡의 경우 호가가 최대 28억원까지 상승했다. 호가는 직전 최고 거래가인 24억원보다 4억원가량 급등했다.
압구정 현대 7차아파트 소유주 박모 씨도 "얼마전 80억원에 팔린 전용 245㎡ 아파트 매수인도 며칠 만에 전액 현금으로 한번에 잔금까지 치렀다고 들었다"며 "어차피 이 지역에서 아파트를 살 수 있는 사람은 전세를 끼지 않아도 매수하는데 무리가 없다. 오히려 재건축 기대감이 커졌으니 가격만 더 오를 것이라는 말들이 많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해 6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삼성·청담·대치·잠실 등 강남권 단지의 경우 지정 직후에는 거래량이 급감했으나 이내 거래량을 회복했다. 신고가 거래도 이뤄지며 가격이 뛰는 양상이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의 경우 지난해 6월 이후 20억원을 돌파했으며 그 뒤로도 4번의 신고가를 쓰며 24억5000만원을 찍었다.
한편 오 시장은 이날 청와대 초청 오찬에 참석해 “대통령께서 재건축이 절박한 현장, 대표적으로 여의도 시범아파트를 특정해서 꼭 한 번 직접 방문해 주셨으면 좋겠다”며 재건축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오찬 후 브리핑에서는 “중앙정부는 재건축을 억제하는 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그 수단으로 재건축 안전 진단 기준 강화를 활용했다”며 “국토교통부가 안전 진단 문제를 풀어줬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말씀도 드렸다”고 전했다.
서울시 측도 주택 정책이 집값 안정과 재건축 활성화 투트랙으로 진행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정화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은 “투기 신호 단계에서 바로잡지 못하면 어떤 부동산 대책도 사후약방문이 될 수 있다”며 “(이번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은) 주택 공급 확대를 뒷받침하기 위한 선제적 대책이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재건축에 속도를 내기 위해 바로 자체 추진이 가능한 아파트 단지들의 지구 단위 계획 결정 고시, 도시계획위원회에 계류된 정비 계획 등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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