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스타트업과 그렇지 못한 스타트업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가.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쓸모 있는 것을 만드느냐’다. 상당수 스타트업은 소비자 수요가 충분히 크지 않은 분야에 뛰어든다.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상관없는” 사업을 하는 것이다. 특히 신기술 기반의 스타트업이 이런 함정에 잘 빠진다.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의료 현장에서 필요가 없거나, 고객의 지급의사가 크지 않거나, 수익 모델이 성립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
규제 또는 한국의 특수한 의료 시스템도 이해해야 한다. 헬스케어는 규제산업이다. 해외에서 아무리 성공한 기업이라도 한국에서는 사업성이 없거나, 사업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다. 한국의 규제 환경이 그다지 호의적이지는 않지만 어려운 상황에서 돌파구를 만들어내는 것이 결국 혁신이다. 다만 자신이 진행하는 사업이 어떤 규제의 영향을 받는지는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스타트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결국 대표자다. 초기 스타트업일수록 대표 비중이 더욱 크다. 스타트업에서 대표는 회사의 기획, 전략, 재무, 마케팅, 기술 등 대부분을 책임지는 ‘1인 다역’을 한다.
결국 회사는 대표의 그릇만큼 성장한다. 더 역량 있는 창업가들이 이 분야로 진입해야 한다. 최근 의료인 출신인 창업자가 늘어나는 것도 긍정적인 일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충분하지는 않다. 의료 전문성은 기업을 잘 이끌 수 있는 필요조건일 뿐 성공적인 사업을 만들기 위한 충분조건은 아니다. 결국 전문가의 틀에서 벗어나 성공적인 경영자로 성장해야만 사업도 성장할 수 있다.
투자자의 전문성도 높아져야 한다. 국내 헬스케어 스타트업 투자자 중 일부는 헬스케어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거나 시장을 피상적으로만 이해한다는 지적이 많다. 혁신적인 스타트업의 성장과 헬스케어 산업 생태계 확장을 위해서는 투자자의 전문성이 높아져야 한다. 스타트업도 해당 투자자가 단순히 자금만 투입하는 건지, 아니면 시장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문제를 같이 고민할 수 있는 파트너인지 가려봐야 한다. 창업자와 투자자의 수준이 모두 높아져야 스타트업 생태계도 더 성장할 수 있다.
지난 몇 년간 한국의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생태계는 질적, 양적으로 크게 성장했다. 하지만 아직 충분하지 않다. 최근 다른 분야에서는 국내 스타트업의 세계적인 성과가 자주 들려온다.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도 머지않아 유니콘 기업이 등장하고, 글로벌 스타트업이 나타나기를 꿈꿔본다.
최윤섭 <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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