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국내 대형 암호화폐거래소에서 거래대금 상위권을 꿰찬 코인들의 이름이다. ‘10만% 급등’으로 화제를 모은 아로와나토큰에 2000억원, 도지코인에는 2조원이 오갔다. 한국 시장의 특징은 이런 알트코인(비트코인을 뺀 나머지 암호화폐) 거래가 유독 활발하다는 점이다. 미국 최대 거래소 코인베이스는 50여 종, 유럽 최대인 비트스탬프는 10여 종의 코인 거래를 중개한다. 반면 업비트는 178종, 빗썸은 172종에 이른다.
‘수익 극대화’를 꿈꾸는 투자자와 ‘매출 극대화’를 노린 거래소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생긴 현상이란 분석이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국내 4대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의 암호화폐 거래대금은 21조원을 돌파했다.
유가증권시장의 주식과 달리 암호화폐 상장은 100% 민간 거래소 자율로 이뤄진다. 법적 지위가 없는 만큼 감독당국의 법규정도 없다. 업비트는 코인 개발회사의 신청을 받아 사전 검토→세부 검토→상장심의위원회 의결 절차를 거친다. 21개 항목에 걸쳐 사업의 기술력·공정성·투명성 등을 평가하는 채점표(체크 리스트)도 공개하고 있다. 빗썸 역시 외부의 기술·금융·법률 전문가가 참여하는 상장심의위원회 검증을 거쳐 코인을 상장시킨다. 유동성이 떨어지거나 사업에 문제가 생긴 암호화폐는 유의종목으로 지정하고, 개선되지 않으면 상장 폐지하고 있다.
증권거래소에 상장하는 데 통상 6개월~1년 정도 걸리지만 암호화폐는 1~2개월에도 가능하다. 그만큼 옥석이 제대로 가려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 거래소들의 ‘백화점식’ 전략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으로 엇갈린다. 한쪽에선 “거래소가 이용자들이 원하는 다양한 상품을 제공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주장한다. 실험적인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나선 국내 스타트업에 사업 확장 기회를 제공하는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코인베이스도 ‘코인베이스 프로’ 서비스를 통해 다양한 코인 거래를 중개하고 있고, 세계 최대 거래소 바이낸스도 마찬가지 전략을 쓴다”고 했다.
국내 거래소들이 다다익선 식으로 무더기 상장을 시작한 것은 1차 코인 광풍 때인 2017년 말이다. 거래소 간의 ‘덩치 키우기’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100여 종의 코인을 대거 상장시킨 업체들이 약진하면서 나머지 업체도 줄줄이 따라갔다는 것이다. 코빗은 2013년 설립된 국내 최초 암호화폐거래소지만 이런 전략을 따라가지 않고 ‘선별적 상장’을 고수하다가 지금은 4위로 완전히 뒤처진 상태다.
코인 투자자를 보호하는 조항들을 법에 담은 일본은 검증되지 않은 암호화폐는 거래소 상장 자체를 막고 있다. 하지만 국내 금융당국은 암호화폐시장에 ‘불개입’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만큼 알트코인 투기 열풍은 당분간 가라앉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업계 관계자는 “거래소들이 개미투자자와 코인 개발사를 연결해주는 역할에 그치고 있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고 했다. 투자자들은 알트코인을 통해 ‘대박’을 터뜨리려는 욕심이 너무 강하고, 거래소들은 이를 방조하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주요 거래소는 “상장폐지, 공시 등 다방면에 걸쳐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허위·늑장 공시로 피해가 생겨도 투자자가 하소연할 곳은 없다. 최근 ‘해킹 논란’에 휘말린 코인원의 경우 피해자들은 회사 측과 연락조차 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임현우/박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