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마음을 얻는 방법

입력 2021-04-22 17:19   수정 2021-04-23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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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계좌(emotional bank account)’라고 들어본 적이 있는가?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의 저자로 유명한 스티븐 코비 박사는 인간관계에서 구축되는 신뢰를 은행 계좌에 빗대 공감계좌로 설명한다.

사람들이 관계를 맺기 시작하면 마음속에 공감계좌가 개설된다. 이 계좌는 상대방을 따뜻하게 배려하고 공감할 때, 진정성이 있을 때, 차곡차곡 신뢰가 입금돼 잔액이 늘어난다. 잔액이 넉넉하면 다소 실수가 있어도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다. 반대로 상대방을 무시하고 독단적인 모습을 보여서 계좌 잔액이 바닥났다면 잘 해줘도 신뢰하지 않는다. 사소한 실수에도 짜증이 나고, 콩으로 메주를 쑤는 과정을 열심히 설명해도 “정말 그래?” 하며 의심하게 된다. 이런 공감계좌 잔액의 효력은 가족이나 친구 관계, 직장 내 동료 관계에서도 자주 나타난다. 일을 할 때, 특히 다른 이들과 협력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당시 발생한 부실 자산 중 상당수가 캄보디아에 투자돼 있었다. 예금보험공사는 캄보디아에 있는 자산의 회수를 추진해야 하는데 캄보디아 정부는 예보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부실 채무자는 자금을 끌어와서 투자하고 경제를 활성화하는 사람으로 자리매김했고, 예보는 그 자금을 빼돌리려는 주체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공감계좌 잔액이 바닥인 상태에서는 일을 추진할 수 없다. 공감을 얻는 게 최우선 과제였다. 이에 3만8000여 명의 예금 피해자가 있고, 우리나라 정부, 국회, 지자체 등이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사항이라는 점을 지속적으로 보여줬다. 국회, 지자체, 예보에서 수차례 캄보디아 법정을 참관하고, 정부 대표단이 캄보디아 정부를 방문해 캄코시티 사업 정상화가 한국의 예금 피해자뿐만 아니라 캄보디아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설득하면서 공감계좌를 적립해 나갔다. 이런 노력들이 쌓여 부실 채무자와의 현지 소송에서 연속 승소해 회수의 출발점에 설 수 있게 됐다.

공감계좌 잔액을 늘려 갈 때는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상대방의 얘기를 듣고는 있지만, 실제로는 방어하고 설득 논리를 만들기 위해 듣고 있다면 대화는 계속되기 어렵다. 그리고 아무리 좋은 과제라도 상대방이 진정으로 동의해야 성공할 수 있다. 상대방이 전혀 이해를 못하고 있는데도, 내 입장에서는 상대방을 위하는 것이라고 먼저 단정 짓고 선각자라는 우월감에 빠져 밀어붙인다면 시작부터 삐걱거리게 된다. 설득한다고 하면서 상대를 적으로 돌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마음을 얻는 것도 어렵지만 한 번 마음을 잃으면 회복하는 것은 더 어렵기 때문이다.

‘말을 물가로 끌고 갈 수는 있어도 억지로 물을 마시게 할 수는 없다’는 속담이 있다. 아무리 훌륭한 정책이라도 마음을 얻지 못하면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 상대방의 이익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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