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DC에 본부를 두고 있는 비영리 연구기관 EBRI는 22일(현지시간) 이런 내용의 정기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올해 1월 5~25일 25세 이상 근로자 1507명과 퇴직자 15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오차범위는 ±2.5%포인트다.
재무적 기준으로 노후생활에 자신감을 갖고 있는 퇴직자는 전체의 72%로 집계됐다. 1년 전(69%)보다 3%포인트 상승했다. 역대 최고치였던 1993년 조사 결과(74%)에도 근접한 수치다. 크레이그 코플랜드 선임연구원은 “팬데믹 직후 불확실성이 급증했지만 지금은 코로나19 백신 배포와 주가 상승, 고용 호조 덕분에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설문에 응한 퇴직자 중 80%는 “은퇴 후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역대 최고치였던 2019년(82%)과 비교하면 2%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전체 근로자의 75%는 “노후를 위해 별도로 저축하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소득 계층 간 불평등이 커진 징후도 나타났다. 응답자의 27%가 주택을 제외한 저축액이 2만5000달러 이하라고 적시한 게 대표적인 예다. 또 39%는 작년에 재무적으로 부정적인 변화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코플랜드 연구원은 “은퇴 준비를 하지 못한 일부 계층은 팬데믹 이후 실업 등으로 더 큰 고통을 겪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최대 퇴직연금 사업자인 피델리티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이 회사가 지난달 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설문에 응한 자사 고객(1205명) 중 55%는 “팬데믹 때문에 재무 목표가 2~3년 늦춰졌다”고 답했으나 36%는 “은퇴 자신감이 더 생겼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대다수는 “은퇴 시기와 방법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고 했다.
멜리사 리돌피 선임부사장은 “자산시장이 롤러코스터를 탔지만 경제의 기초체력이 굳건하다는 데 상당수가 안심했다”며 “(주가 상승 등으로) 고객 퇴직계좌 자산은 작년 말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40대 미국인들의 평균 퇴직연금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12만800달러라는 게 피델리티의 집계다. 이 연령대의 퇴직연금 적립률(연급여 대비)은 평균 8.9%로 한국(8.3%)보다 높은 편이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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