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과 같은 비(非)전통 플랫폼이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해서 한때 100조원 가치를 인정받고, 창업 3~4년 만에 1조원 이상의 가치를 지닌 유니콘기업이 됐다는 기업이 속속 등장하면서 20대부터 40·50대까지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잇달아 벤처 행렬에 합류하고 있다. ‘돈 쏠 곳’을 찾는 투자 대기자금(약정금액)만 33조원(작년 말 기준,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달한다. 5년 새 두 배로 늘었다. 마치 ‘신경제’라는 개념이 유행하던 20년 전 모두가 정보기술(IT) 분야에 투자하려고 달려가던 시절과 비슷하게 들뜬 분위기다.
LB인베스트먼트에서 심사역으로 일하다 게임회사 펄어비스로 이직한 정경인 대표와 삼일회계법인·블루런벤처스 등을 거쳐 부동산정보업체 직방을 창업한 안성우 대표 등은 업계에서 회자되는 대표적 성공 사례다. 명품 쇼핑 플랫폼인 발란이 김은혜 전 샤넬 이사를 부대표로 선임하는 등 대기업에서 넘어가는 이들도 적지 않다. 행정고시를 통과한 정부 부처 사무관과 대형병원에서 교수로 일하던 의사가 VC 심사역으로 합류하는 경우도 흔하다.
한 투자은행(IB) 대표는 “요즘 IB에 들어오는 주니어들은 조금 경력을 쌓아서 투자를 집행하는 사모펀드(PE)나 VC로 가고, 거기서 눈여겨본 ‘될성부른’ 스타트업에 합류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영민 한국벤처투자 대표는 “현재 벤처 붐은 ‘묻지마 투자’가 성행하던 20년 전과 비교하면 대단히 건전하고 ‘옥석 가리기’가 잘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성인 프리미어파트너스 대표도 “성장에 대한 갈망이 큰 젊은 세대가 창업에 도전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상은/김종우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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