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강 르네상스' 2탄 시작되나…땅 기부채납 늘리면 50층 허용

입력 2021-04-23 17:27   수정 2021-04-30 16:52


서울 용산구 ‘래미안첼리투스’(56층)와 성동구 ‘트리마제’(47층)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서울 주거지역 아파트 층수는 35층으로 제한되는데 어떻게 저렇게 높게 지을 수 있었을까. 두 단지 모두 오세훈 서울시장이 2009년 재임 시절 압구정·여의도·성수·이촌·합정 등 한강변 전략정비구역의 층수 규제를 완화해주면서 탄생했다. 땅의 25% 이상을 기부채납(공공기여)하는 조건이었다. 서울시는 이번에도 같은 방식으로 규제를 풀기로 가닥을 잡았다.
조망권 확보 대신 공공기여 늘려야
오 시장은 이번 선거 과정에서 전임인 고(故) 박원순 시장이 만든 ‘35층 룰’을 폐지하고 한강변 스카이라인을 다시 짜겠다고 강조했다. 박 전 시장은 2014년 이른바 ‘서울플랜’이라고 불리는 ‘2030 서울도시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제3종 일반주거지역에 들어서는 아파트의 최고 층수를 35층으로 제한하는 규제를 담았다. 도시 경관을 가리는 무분별한 고층 건물이 들어서는 것을 막고, 조망권을 사유화하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취지에서다. 당시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신반포1차 재건축)도 61층 재건축을 추진하다가 제동이 걸렸다. 결국 특별건축구역 지정 등 서울시와 절충안을 마련해 최고 38층 높이로 짓는 데 만족했다.

이어 2015년 ‘한강변관리기본계획’을 통해 15층 규제까지 더해졌다. 한강과 가장 가까이 배치되는 동 높이를 15층까지만 올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연내 분양을 앞둔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재건축)도 이를 적용받아 한강변에 접한 일부 동이 14층 높이로 설계됐다.


서울시는 오 시장 공약대로 35층 룰 완화를 추진하는 것과 동시에 공공기여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는 미국 뉴욕 맨해튼의 ‘공중권(air right)’ 개념에 주목하고 있다. 법정 높이 한도를 초과하는 빌딩을 지으려는 건물주는 높이를 올려 조망권을 확보하는 대신 일정 비용을 내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층수 규제 완화로 혜택을 보는 단지는 한강변과 강남권 재건축 등 일부 지역에 한정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지역 간 형평성을 위해 규제 완화로 확보한 조망권으로 얻은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래미안첼리투스’와 ‘트리마제’는 각각 부지의 25%, 32%를 서울시에 기부채납하고 최고 56층, 47층 규모의 초고층 아파트를 준공했다. 그러나 오 시장이 2011년 시장직에서 물러나면서 사업 동력이 떨어졌다.
재건축 단지 반발이 변수
공공기여 확대는 서울시의회도 요구하고 있다. 층수 규제 관련 내용이 담긴 ‘2040 서울플랜’의 최종 결정권은 시장에게 있으나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시의회 의견 청취가 필수다. 도시계획국의 상임위 격인 도시계획관리위원회 내부에선 층수 규제 완화와 함께 공공기여를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재건축 단지들이 이 같은 조건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12년 전 압구정·여의도·성수·이촌·합정 등 주민들은 서울시가 요구한 기부채납 비율(25% 이상)이 너무 높다고 반발했다. 당시 한강변 재건축 단지의 평균 기부채납 비율인 15%보다 지나치게 높아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이었다. 특히 여의도는 제3종 일반주거지역을 상업지역으로 용도변경하는 대신 기부채납 40%(토지 30%, 현금 10%)를 요구해 주민 반발이 심했다.

서울시는 이르면 올해 상반기 내로 2040 서울플랜의 계획안을 수정·보완해 발표할 예정이다. 이후 공청회와 시의회, 관련 지방자치단체 간 협의도 거친 뒤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확정된다. 도계위는 서울시 공무원과 시의원, 외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올해 말까지 수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연수/안상미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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