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22일(현지시간)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올해 미국의 물가 상승률이 0.4%포인트 오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요즘 전자제품 중 반도체가 쓰이지 않는 게 거의 없을 정도여서 광범위한 영향을 끼친다는 겁니다.
골드만삭스의 스펜서 힐 이코노미스트는 “반도체의 미국 내 생산량은 0.3%에 불과하지만 국내총생산(GDP)의 12%에 투입되는 핵심 요소”라며 “공급 부족은 미 성장률을 0.5~1.0% 낮출 수 있다”고 했습니다.
반도체 부족으로 올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 내 자동차 생산량은 2~6%라는 게 골드만삭스의 예상입니다.
이날 시장은 ‘증세 이슈’가 지배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자본이득세율 인상 방안이 언론이 알려진 겁니다. 고용 지표가 예상보다 좋게 나왔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다만 국채 금리가 꾸준히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점은 긍정적입니다. 이날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1.57%로, 전날과 같았습니다.
아래는 오늘 아침 한국경제TV ‘굿모닝 투자의 아침’과의 인터뷰 내용입니다.
▶먼저 마감한 미국 증시의 주요 특징을 짚어 주시죠.
경제 재개가 확대되고 있고 고용 상황도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지만 오늘 증시는 세금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다우와 S&P 500, 나스닥 등 3대 지수가 나란히 1% 가까이 빠졌습니다.
가장 큰 원인은 바이든 대통령의 증세 추진 소식이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28일 의회 연설에서 1조달러 규모의 ‘가족 계획 지출안’을 발표할 예정인데, 재원을 충당하기 위해 자본이득세 인상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자본이득세는 우리나라의 양도소득세나 배당소득세 같은 개념입니다. 연간 100만달러 이상 자본 차익을 거둔 사람에 대한 세율 20%를 39.6%로 두 배 가까이 높인다는 복안입니다.
증세가 확정되면 자본 시장엔 작지 않은 타격을 줄 것이란 전망이 많습니다. 법안이 시행되기 전에 부유층이 대거 주식을 매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작년 대선 과정에서도 정부 역할을 확대하는 대신 대기업·부유층 세금을 올리겠다고 공약했습니다. 법인세율을 현행 21%에서 28%로 높이는 계획은 이미 추진 중입니다.
다만 현실화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상원 의석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공화당이 반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민주당 역시 법인세율을 25% 선에서 타협하는 방안을 찾고 있습니다.
이날 개장 직전 발표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전주보다 3만9000명 적은 54만7000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시장 예상(60만3000건)보다 좋았습니다. 작년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이후 최저치를 또 경신했습니다만 증세 우려가 시장을 지배했습니다.
▶미국에서는 탁월한 백신 효과가 입증되고 있다던데, 현지 상황을 공유해 주시죠
백신 주사를 맞은 계층에서 병원 입원율과 사망률 등이 획기적으로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백신 접종의 바이러스 억제 효과가 탁월하다는 게 입증된 겁니다.
미국과 영국 등 백신 보급률이 빠른 국가에서 다양한 분석을 해왔는데, 백신을 먼저 접종한 취약층의 중환자 발생률 및 사망률이 급감했습니다. 특히 80대 이상 고령층의 확진자 비중은 접종 개시 후 80%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영국에선 작년 9월 이후 지난달까지 코로나로 입원한 환자 중 접종자 비중이 단 0.04%에 불과했습니다. 백신이 중증으로 악화하는 걸 막아주는 효과가 크다는 의미라는 해석입니다.
반면 젊은층 등 백신 접종 순서가 늦었던 계층에선 확진자 수가 되레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의 접종률은 이날 기준으로 전체 인구 대비 41%로 집계됐습니다. 65세 이상 고령자의 경우 이미 81%의 접종이 이뤄졌습니다.
하루 접종자가 300만여 명에 달하기 때문에, 6월 중엔 70%의 접종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란 게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예상입니다.
다만 미국 내 백신 접종 속도가 다소 느려졌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애초 백신 자체를 기피하는 사람도 적지 않은데다 존슨앤드존슨 백신에 대한 접종 중단 권고도 내려진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향후 체크해봐야 할 이벤트와 이슈도 정리해 주시죠.
다음주엔 중요한 일정들이 많아 증시 변동폭이 커질 수 있습니다.
우선 미 중앙은행(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및 제롬 파월 Fed 의장 브리핑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FOMC에서 기준금리 동결은 당연한 결정이겠지만 긴축 정책에 대한 힌트를 줄 지가 관심사입니다. 시장에선 다음주가 아니라 오는 6월 FOMC에서 테이퍼링(채권 매입 축소) 신호를 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미국 동부 시간으로 다음주 목요일 증시 개장 전에 1분기 경제 성장률이 발표됩니다. 팬데믹 발생 1년 만에 경제가 얼마나 회복했을 지 알 수 있습니다. 작년 4분기(4.3%)보다 높은 5~6% 성장을 기록했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소비자들의 지난달 지출 및 개인소득 동향도 다음주 경제 지표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음주에 예정된 주요 경제 지표 발표 일정>
26일(월) 내구재 주문(3월, 전달은 -1.2%)
27일(화) 소비자 신뢰지수(4월, 전달은 109.7)
28일(수) FOMC 성명서(오후 2시) / 제롬 파월 Fed 의장 브리핑(오후 2시30분)
29일(목) 1분기 경제성장률(전분기엔 4.3%) / 신규 주간 실업수당 청구건수
30일(금) 개인소득(3월, 전달은 -7.1%) / 소비지출(3월 / 전달은 -1.0%) / 근원 인플레이션(3월, 전달은 0.1%) / 시카고 PMI(4월, 전달은 66.3) / 미시간대 소비자 태도지수 확정치(4월, 전달은 86.5)
뉴욕증권거래소 및 나스닥에 상장된 주요 기업들의 1분기 실적 발표도 쏟아집니다. 이번주보다 두 배가량 많은 약 700개 기업이 성적표를 내놓습니다.
특히 비대면 경제 확대의 수혜를 입어온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이 관심을 모을 전망입니다.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26일 테슬라, 27일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스타벅스, 28일 애플 페이스북 퀄컴, 29일 아마존 트위터, 30일 엑슨모빌을 들 수 있습니다.
다수의 기업 실적이 시장 예상을 상회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지금까지 실적을 발표한 대형 기업들의 순이익은 시장 전망 대비 20~30% 많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strong style="color:inherit">다음주에 실적 발표하는 주요 기업> *일부 변경 가능
26일(월) 테슬라(마감 후) 마이크로스트래티지
27일(화) 알파벳(마감후) 마이크로스프트 스타벅스 비자 코닝 텍사스인스트루먼트 인베스코 UPS 폴라리스 AMD GE 3M 아이로봇 일라이릴리 크록스 하스브로
28일(수) 애플 페이스북 퀄컴 그럽허브 스포티파이 쇼피파이 보잉 포드 무디스 모닝스타 이베이 파라마운트 MGM 굿이어타이어 에퀴팩스 라이더시스템
29일(목) 아마존 트위터 니오 맥도날드 솔라윈드 컴캐스트 비스테온 머크 허쉬 도미노피자 크래프트하인츠 칼라일그룹 캐터필라 로손 마스터카드
30일(금) 엑슨모빌 셰브론 클로록스
바이든 대통령이 조만간 내놓을 자본이득세 증세안과 1조달러 규모의 가족 계획 지출안도 챙겨봐야 할 사안입니다. 증시에 지속적인 부담을 안겨줄 수 있습니다. 다만 올들어 나스닥 하락의 원인이 됐던 장기 국채 금리는 꾸준히 안정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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