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시간)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홈페이지에 공개된 서한은 “모호하게 정의된 표현은 대북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시민사회 단체들과 인권 운동가들에게 불리하게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 19일 한국 정부에 발송된 이 서한에는 토마스 오헤야 킨타나 북한인권 특별보고관, 아이린 칸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클레멍 불레 평화적 집회·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 메리 로러 인권 수호자 특별보고관 등 4명의 특별보고관들이 참여했다.
보고관들은 북한으로의 정보 유입이 차단되는 것도 우려했다. 서한은 “유엔 인권수호자 선언은 국내 및 국제적 차원에서 인권과 기본적인 자유를 증진하려는 개인과 단체의 권리를 보호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 19조와 22조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크리스 스미스 미국 하원의원과 캐나다 글로벌사안부 등도 대북전단금지법이 ICCPR에 위반된다는 가능성을 지적한 바 있다.
과도한 처벌 규정도 도마에 올랐다. 대북전단금지법은 북한을 향해 전단이나 USB, 현금 등을 살포할 경우 최대 징역 3년형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살포가 미수에 그쳐도 처벌이 가능하도록 했다. 서한은 “대북전단금지법이 모호한 표현으로 인해 범죄시될 수 있는 활동 범위를 감안하면 법이 규정한 처벌 강도가 우려된다”며 “과잉처벌 금지 원칙을 위반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유엔으로부터도 독립적인 권한을 인정받는 특별보고관이 이 법에 대해 우려를 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킨타나 보고관은 지난해 12월 16일 대북전단금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직후 “대북전단금지법은 다양한 방면에서 북한 주민들에 관여하려는 많은 탈북민과 시민단체의 활동을 심각하게 제한한다”며 “법 시행 전 관련된 민주적인 기관이 적절한 절차에 따라 개정안을 재고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통일부가 킨타나 보고관의 논평 직후 “유감”이라며 “킨타나 보고관은 (개정안이) 다수의 접경지역 국민의 생명·안전 보호를 위해 소수의 표현방식을 최소한으로 제한했다는 점을 균형 있게 보아야 한다”고 지적해 논란을 키운 바 있다.
하지만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해 한국 정부에 여러 차례 우려를 표해온 킨타나 보고관 뿐 아니라 전반적인 인권 문제들을 다루는 보고관들이 집단으로 서한을 보낸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만큼 유엔 차원에서도 대북전단금지법을 단순한 국내 법이 아닌 인권을 건드리는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북전단금지법 관련 국제사회의 비판 분위기는 지난 15일 미 의회 청문회를 기점으로 다시 고조되는 양상이다. 이 법이 지난해 12월 반대하는 야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재석의원 187명 전원찬성으로 통과된 직후 국제사회는 크게 반발해왔지만 지난 1월까지 연일 나오던 비판 성명도 잦아들던 때였다. 하지만 미 의회의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가 관련 청문회를 개최하고 문제를 지적한 이후 다시 비판 여론은 거세지고 있다. 당시 청문회를 주도한 스미스 의원은 “문재인 정부는 이 법으로 북한으로의 모든 정보 유입을 범죄화했다”며 “나는 이 법을 ‘성경 금지법’ ‘BTS 금지법’이라 부른다”고 강도높게 비판한 바 있다.
차덕철 통일부 부대변인은 23일 브리핑에서 “정부는 그간 유엔 등 국제사회에 남북관계발전법 개정 법률의 입법 취지와 목적, 내용을 지속적으로 설명해왔다”며 “보고관들이 요청한 자료들에 대해 충실히 자료들을 제공하고 지속적으로 소통을 강화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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