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투자 열풍으로 집값이 급등했던 창원 부동산 시장이 주춤한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성산구, 의창구를 중심으로 아파트 매매량이 줄어든 데다 가격도 함께 하락하고 있어서다. 작년 말 규제지역으로 지정된 데다가 '지금이 고점'이란 시장 내 인식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당분간 예정된 주택 공급이 거의 없어 지방 주택시장의 하락세가 지속되기는 어렵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몇 달 만에 실거래가가 2억원 넘게 떨어진 단지도 등장했다. 중동 유니시티(전용 99m²)는 지난 3월 11억3000만원(18층)에 실거래 신고가 됐지만 이달엔 8억9900만원(8층)에 거래됐다. 반림동 트리비앙(전용 84m²)는 올해 초를 기점으로 1억원 가량 하락했다. 지난해 11월 7억3000만원(10층)에 팔렸지만 최근엔 5억9300만~6억2000만원에 손바뀜됐다.
재건축 기대감이 있는 단지들도 작년 말에 비해 1억원 가까이 내렸다. 신월동 은아아파트 전용 80m²는 작년 말 7억원(3층)에 신고가를 찍었지만 지난달 6억1400만원(2층)에 새주인을 찾으며 9000만원가량 급락했다. 인근 T공인 관계자는 “최근 급매가 나오면서 매매가가 조금씩 내려가는 분위기”라며 “투자자는 거의 빠졌고 실수요자들만 간간히 매수 문의를 해오고 있다”고 전했다.
창원 의창구와 성산구는 각각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여 있다. 투기과열지구는 대출 규제를, 조정대상지역은 대출 규제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등 세금 규제를 동시에 받는다. 집을 사기 위한 각종 여건이 나빠지자 거래량이 급감하고 있고, 가격도 하락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동의 Y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작년 동안 집값이 몇억 씩 뛰었지만 대출은 40%까지 밖에 나오지 않으니 실수요자들이 매매하기가 어렵다”며 “투자자들도 더 이상 큰 시세차익을 남기기 어렵다고 판단했는지 시장에 들어오지 않는 상황”이라고 했다.
정부가 창원지역 부동산 투기 단속에 나서면서 거래가 뜸해진 분위기도 있다. 국토부 산하 부동산거래분석기획단(기획단)은 작년 12월부터 약 3개월간 지방 비규제지역에서의 거래를 조사했다. 최근 단속결과가 발표됐는데, 창원에서는 법인을 이용해 1억원대 아파트(공시가 1억원 이하)를 사들인 이가 포착됐다. 창원에서는 지난해 7·10 대책에서 다주택자 취득세율을 인상하면서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주택은 취득세 중과대상에서 제외한 이후 저가 아파트 거래가 급증한 바 있다.
과열이 진정됐거나 외부 투기세력들이 빠지면서 관망세로 돌아섰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지만, 과도한 규제로 시장이 위축됐다는 분석도 있다. 성산구에 30년째 거주 중인 주민 정 모씨(54)도 “창원 중심지 아파트들과 달리 외곽지역 단지들은 2016년 최고가를 찍다가 이후 2억~3억원씩 떨어지던 것이 작년에 겨우 일부 회복했는데 시가 나서서 규제를 건의하는 바람에 다시 매매가 어려워졌다”며 “고점 회복도 못했는데 다시 하락세를 걱정하게 됐다”고 꼬집었다. 경상남도와 창원시는 국토교통부에 의창구 동읍·북면지역 등 일부 지역의 투기과열지구 해제를 건의한 상황이다.
일각에선 창원에 주택 공급물량이 줄면서 집값이 다시 반등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작년부터 창원 아파트 입주물량이 급감하고 있다. 창원의 신규 입주 물량은 2018년 1만3000여 가구, 2019년 1만여 가구에서 작년 3400여 가구로 감소했다. 올해엔 입주 물량이 564가구에 불과하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