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냥이 입맛 잡아라"…펫푸드에 꽂힌 식품社

입력 2021-04-25 18:32   수정 2021-04-26 02:11

강아지 고양이 등을 위한 펫푸드 시장이 식품업계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1인 가구 증가와 핵가족화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꾸준히 늘고 있어서다. 집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멍냥이네’는 638만 가구로 추산된다. 인구 감소로 인한 내수 시장 위축에 처한 식품업계가 반려동물을 위한 펫푸드 시장에 앞다퉈 뛰어드는 이유다.
세 집에 한 집은 ‘멍냥이네’
25일 농림축산식품부의 ‘2020년 동물 보호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반려동물 양육 가구는 638만 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년의 591만 가구보다 47만 가구 늘었다. 설문 조사에서 나타난 반려동물 양육률은 27.7%로, 10년 전인 2010년의 17.4%보다 10.3%포인트 증가했다. 열 집 중 세 집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는 얘기다. 반려동물 한 마리당 월평균 양육비용은 11만7000원으로 조사됐다.

반려동물 양육 가구가 늘어나면서 국내 펫푸드 시장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펫푸드 시장은 1조3329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전년의 1조2128억원 대비 9.9% 증가했다. 2016년의 8537억원에 비교하면 4년 새 시장 규모가 무려 56.1% 커졌다. 업계에선 2023년까지 펫푸드 시장이 최근의 성장 속도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펫푸드 시장에선 아직까진 수입 사료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 외국계 사료 업체들이 높은 마진율을 무기로 동물병원 등 주요 판매처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과 빙그레도 외국계 사료 업체들에 밀려 2019년 나란히 펫푸드 사업을 접은 이력이 있다. 업계에선 수입과 국산 사료 비중을 7 대 3 정도로 보고 있다. 다만 지난해 기준 국내 펫푸드 시장 점유율 1위는 대한제분 계열사인 우리와(15.5%)가 차지했다. 우리와는 2019년 수입 사료 브랜드 ANF를 국내에 들여오는 대산앤컴퍼니를 인수하면서 몸집을 키웠다.
식품업계 “사람도 먹을 수 있어요”
국내 식품 업체는 외국계 사료 업체와의 차별화를 위해 프리미엄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최근 가장 적극적으로 사업 확장에 나선 곳은 하림 계열사인 하림펫푸드. 하림펫푸드는 육계 사업 노하우를 살려 2017년 펫푸드 시장에 진출했다. 하림펫푸드는 모든 사료를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식품 등급의 원료를 이용해 생산하는 ‘100% 휴먼 그레이드’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반려동물에게도 안전한 먹거리를 주고 싶은 이들에게 입소문이 나면서 지난해 19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103억원)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동원F&B는 40여 년간 쌓아온 참치캔 제조 기술력을 펫푸드 사업에 접목했다. ‘펫 선진국’으로 불리는 일본에서 이미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동원F&B는 일본 고양이 습식캔 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의 제품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제조해 30여 년간 5억5000만 캔을 수출했다. 지난해에는 펫 전문몰 ‘츄츄닷컴’을 열고 자체 펫푸드 브랜드인 뉴트리플랜 판매 확대에 나섰다.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 굽네치킨 운영사인 지앤푸드도 자회사 지앤생활건강을 통해 2019년 펫푸드 사업에 뛰어들었다. 지앤생활건강의 펫푸드 브랜드 ‘듀먼’은 경기 김포에 연간 4500t의 펫푸드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짓고 지난 22일 가동을 시작했다.

식품 업체들은 국내 펫푸드 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한국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글로벌 펫푸드 시장은 2023년 918억달러(약 103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한국의 펫푸드 수출은 6749만달러(약 754억원)로, 전년(3678만달러·약 411억원) 대비 83.5% 급증했다.

동원F&B 관계자는 “펫푸드 시장은 인구 감소라는 피할 수 없는 문제를 직면한 식품 업체들에 주어진 새로운 기회”라며 “해외 시장까지 시야를 넓히면 성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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