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외신 등에 따르면 뉴욕시는 지구의 날인 4월 22일 맨해튼연방법원에 엑슨모빌, 로열더치셸, BP 등 석유기업과 미국석유협회(API)를 고소했다. 화석연료 제품 때문에 기후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지만 이들이 뉴욕시민에게 이를 의도적으로 알리지 않았다는 취지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석유기업들이 뉴욕에서 ‘그린워싱’ 캠페인을 벌였다”며 “모순적 행동으로 기후위기를 더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들은 다른 안전한 에너지원과 경쟁하면서 소비자를 기만해 더 많은 수익을 올렸다”고도 비판했다.
그린워싱은 위장 환경운동을 지칭하는 말이다. 환경친화적이지 않은 제품이나 기업을 친환경으로 포장해 소비자를 현혹한다는 의미다. 뉴욕시는 이들 기업이 ‘더 깨끗한’ ‘탄소배출 저감화’ 등의 표현을 마케팅에 사용한 것을 문제 삼았다. 눈속임 때문에 소비자들이 화석연료 제품을 계속 쓰게 되고 청정 대체에너지로 소비 패턴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타르’ ‘라이트’ 등의 담배를 통해 흡연자를 계속 끌어들이는 담배회사와 비슷하다고도 했다. 법원은 주정부와 담배회사 간 소송에서 담배회사들의 이런 과실을 인정해왔다.
뉴욕시가 석유·화학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18년 석유회사에 지구온난화 책임이 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사법부가 아니라 정부 기관이 담당할 일”이라며 소송을 기각했다. 2019년에는 엑슨모빌이 주주들에게 거짓 주장을 했다고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이후 미국 주정부 등의 초점은 허위 마케팅으로 옮겨갔다. 미네소타주, 코네티컷주 등에서도 비슷한 소송이 시작됐다.
API와 석유회사들은 “가치 없는 소송”이라며 일축했다. 파울 아폰소 API 법무총괄은 “앞선 소송에서 타격을 받은 뉴욕시가 가치 없는 문제로 소송을 시도하고 있다”며 “석유업계는 20년간 소비자들에게 저렴하고 신뢰할 수 있는 에너지를 제공하고,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주장했다.
이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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