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국회에 따르면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런 내용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정부가 실시하는 예비타당성조사 결과를 국회가 심사한 뒤 필요한 경우 재조사 등 시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양 의원은 “예비타당성조사 제도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선 국회가 국가예산 심사 권한을 충분히 행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관가에서는 이번 개정안이 입법화될 경우 예비타당성제도가 사실상 무력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지 못한 사업이라도 국회에서 시정을 요구하면 정부가 재조사해 결과를 뒤바꿀 수 있는 근거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예비타당성제도는 대규모 사업의 타당성에 대한 객관적·중립적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1999년 도입됐다. 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면서 국가 재정 지원 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사업 등이 대상이다. 기획재정부가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의뢰해 조사가 이뤄진다.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예비타당성조사가 경제성(비용편익 분석) 위주로 돼 있어 지역균형 등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비판해왔다. 이에 지난 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덕도신공항특별법’에는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한다는 조항이 삽입됐다. 가덕도신공항 건설의 경제성이 낮아 예비타당성조사 통과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자 아예 법상 면제 대상으로 못 박은 것이다.
민주당에선 홍성국·최종윤 의원 등이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SOC 사업의 총사업비 기준 금액을 5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상향하거나 면제 사유를 추가하는 등 조사 대상을 축소하는 내용의 법안을 잇달아 내놓았다. 김두관 의원은 예비타당성조사 주체를 기재부에서 각 소관 부처로 바꾸고, 국무회의에서 확정된 지역균형발전사업에 대한 조사는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하도록 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지난해 7월까지 예비타당성조사가 면제된 사업 규모는 88조원에 달한다. 이는 이명박 정부(60조6000억원)와 박근혜 정부(23조9000억원) 당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사업 규모를 합한 것보다도 많다.
오형주/고은이 기자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