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26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향후 pent-up 소비 가능성 점검' 보고서를 발표했다. 한은은 "사회적 거리두기, 감염 우려 등으로 씀씀이가 줄었다"며 "이 같은 효과가 지난해 명목 민간소비 증가율(-4%)을 4%포인트가량 갉아먹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코로나19로 가계가 씀씀이를 줄이는 동시에 저축률은 높였다"며 "불어난 가계 자금이 보복 소비(Pent-up 소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조사통계월보를 통해 2020년 한국의 가계저축률을 10.2%로 추산했다. 2019년(6.0%)보다 4.2%포인트 오를 것으로 본 것이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13.2%) 이후 21년 만에 10%대에 다시 진입하는 것이다. 미국도 한국과 비슷한 이유로 지난해 저축률이 전년 대비 8.8%포인트 오른 16.3%를 기록했다.
저축률이 늘어났다는 것은 그만큼 소비가 위축됐다는 뜻이다. 지난해 씀씀이를 줄이면서 지난해 실질 민간소비 증가율은 -4.9%를 기록했다. 외환위기를 겪던 1998년(-11.9%) 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가계가 바깥활동을 자제하면서 외식·여행활동이 위축된 결과다. 바깥활동을 삼가는 대신에 온라인 쇼핑을 비롯한 비대면소비는 늘었다. 비대면소비로 가전제품 등 내구재 소비가 늘었다. 지난해 명목 내구재소비 증가율은 11.4%를 기록했다.
보복소비가 현실화하려면 소비를 억누른 코로나19에 대한 불안감·민감도가 해소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가계가 바깥활동의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동시에 사회적 거리두기 등 봉쇄조치도 완화돼야 한다는 뜻이다. 이용대 한은 조사국 과장은 "경기가 회복되면서 보복 소비가 점차 현실화될 것"이라며 "감염병 확산 여부와 백신 보급 속도가 보복소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익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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