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에서 MZ세대(밀레니엄세대+Z세대)가 주축이 된 새 사무·연구직 노동조합이 출범했다. 신규 노조는 기존 40~50대 생산직이 주축인 기존 노조와 달리 2030세대 사무·연구직이 중심이다. 새 노조의 탄생으로 현대차그룹 노사 관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다만 사측은 새로운 강성·귀족 노조 출현에 대한 우려를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사무연구직 노조는 이날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노조 설립 신고서를 제출했다. 공식 명칭은 '현대차그룹 인재존중 사무연구직 노동조합'이다. 신고서 제출 이후 3일 이내 노조 설립 필증을 받으면 노조는 정식으로 노조법상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된다.
노조 설립이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인 특성상 승인 시점은 큰 이변이 없다면 이틀 뒤인 28일부터 권리를 갖게되는 것이다. 노조는 이때부터 본격 사무연구직 직원들을 대상으로 가입 신청을 받는다는 계획이다. 집행부는 현대케피코, 현대제철, 기아 소속 직원들로 구성됐으며, 노조위원장은 현대케피코 소속 이건우(27)씨가 맡았다.
새 노조는 회사 단위가 아닌 그룹 단위로 결성됐다. 회사별 조합을 만들겠다던 당초 계획과 달리 그룹사 차원의 산별 노조를 만든 뒤 회사별 지부를 설립하는 식으로 방향 설정이 변경됐다는 설명이다. 이 위원장은 이에 대해 "처음에는 회사별로 취업 규칙이나 주요 안건들이 달라 사별 노조를 설립하려고 했으나 실제 집행부를 모집해 보니 1∼2명만 집행부 참여 의사를 밝힌 회사들이 있었다"며 "신분 노출 우려가 있어 그룹사 차원으로 설립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MZ세대를 주축으로 한 노조 설립은 올해 초 SK하이닉스를 시작으로 한 성과급 논란에서 촉발됐다. 철저한 보상 체계에 익숙한 세대인 MZ세대가 성과급 산정 방식에 불만을 느끼며 개선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 논란의 불씨를 지폈다. 매출은 늘어가는 데 임금은 도리어 후퇴하는 상황이 납득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또 그간 노사 교섭이 생산직 노조 중심으로만 이뤄지면서 사무, 연구직 직원들의 요구 사항은 뒷전으로 밀려난 점도 별도 노조 결성의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노조위원장은 "기존 노조는 생산직의 권익 우선이었고 (의사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아 사무연구직 사이에서 이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며 "의사결정 시 통계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한다는 것이 기존 노조와 가장 차별화되는 부분일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사무직 노조 구성을 위해 개설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네이버 밴드'에 모인 인원은 4500여명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노조 가입 의사를 밝힌 직원수는 현재까지 500명에 이른다. 이들 대다수는 입사 8년차 미만 사원~대리급(매니저), 연령층은 20~30대로 구성됐다. 그렇다고 2030세대만 가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노조위원장은 "30대 책임급 직원이 주축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연령대 제한은 없다"고 강조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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