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미국 뉴욕 맨해튼의 중심지 타임스스퀘어에 들어서자 ‘Welcome back NYC(뉴욕 귀환 환영)’란 초대형 전광판이 눈에 들어왔다. 주말 오후를 즐기려는 인파가 몰리면서 걷기 힘들 정도였다. 전체 인구 대비 42%를 넘는 백신 접종률 덕분이다.
타임스스퀘어 한쪽엔 오랜만에 대목을 맞은 자전거택시 수십 대가 줄지어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팬데믹 이후 사실상 자취를 감췄던 뉴욕의 명물이다. 기사인 이반 화이트 씨는 “다시 일할 수 있어 다행”이라며 “동종업계 종사자가 850명이나 되기 때문에 경쟁은 심하다”고 말했다.
중심 광장엔 미키마우스와 포켓몬 헐크 배트맨 등 다양한 캐릭터 복장을 한 20여 명이 관광객을 상대로 성업 중이었다. 인형과 셔츠, 모자 등을 판매하는 네이버 라인프렌즈 매장 앞의 대기 줄은 50m를 넘어 보였다. 이곳의 직원 애슐리 씨는 “방역수칙에 따라 한 번에 25명까지만 입장할 수 있다”며 “K팝 스타인 BTS가 디자인에 참여한 캐릭터 상품이 인기”라고 소개했다. 인근 디즈니 매장 앞의 줄은 100여m에 달하기도 했다.
뉴욕 시내를 오가는 2층짜리 관광버스엔 사람이 몰리면서 최장 2시간을 기다려야 탑승할 수 있었다. 길거리 호객 행위도 많았다. 예년과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이날 오후엔 수시간 동안 타임스스퀘어 앞 4차선 도로 통행이 일제히 차단됐다. 차량을 통제하던 경찰은 “예상보다 인파가 너무 몰렸다”며 “시민 안전을 위해 일단 차량 진입을 막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욕시 교통량은 이미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메트로폴리탄교통공사(MTA)가 집계한 이달 1~22일 뉴욕시 유료 교량 및 터널 통행량은 하루평균 82만5373명이었다. 작년 2월 이후 1년2개월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이다.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 중심 거리에도 활기가 넘쳐났다. 샌프란시스코 인근 도시 샌리앤드로의 마리나공원엔 야외 바비큐와 축구를 즐기는 사람이 많았다.
새너제이 산타나로 식당가엔 오후 4시에도 대기 줄이 길게 형성됐다. 식당을 찾은 스테판 뮐러 씨는 “지난주 가족 모두 화이자 백신을 2차까지 접종받았기 때문에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일각에선 여전히 불안해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마리나공원에서 만난 라일 패트릭 씨는 “백신 배포 이후 식당 내 식사까지 허용되자 사람들의 경계심이 확 풀렸다”며 “마스크를 쓰지도 않고 운동하거나 활보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고 꼬집었다.
뉴욕=조재길/실리콘밸리=김재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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