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주가는 그동안 전기차 시장의 높은 성장성을 근거로 '설명할 수 없는' 수준을 정당화해왔다. 하지만 전기차 시장이 태동기를 지나 성장기에 접어들면서 투자자들은 테슬라가 전기차 시장의 높은 시장점유율을 얼마나 지키는지에 주목하고 있다. 테슬라의 분기 실적 발표 때마다 차량 인도량 전망치가 관전 포인트로 꼽히는 이유다.
테슬라가 한국시간으로 27일 오전 발표한 올해 1분기 실적을 놓고 증권업계에서 "실망과 우려가 따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테슬라의 올해 차량 인도량 예상치가 시장 기대에 못 미친데다가 최근 테슬라를 둘러싼 여러 우려를 해소시킬 대책도 찾아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테슬라를 둘러싼 주가 방정식도 좀 더 복잡해지는 모양새다.
겉보기엔 호실적이다. 순이익은 사상 최대이자, 7개 분기 연속 흑자다. 매출도 지난 분기에 이어 100억달러를 넘겼다. 지난 5일 밝힌대로 판매 실적도 양호했다. 1분기 판매량은 18만4800대로 지난해 동기 보다 108.8% 많아졌다. 전 분기 대비 2.3% 많다. 중국에서 모델 Y 판매량이 늘어난 영향이다.
뜯어보면 아쉬운 부분이 보인다. 순이익에는 배출 가스 규제에 따른 규제 크레딧 판매가 5억1800만달러가 반영됐다. 지난해 동기(3억5400만달러)는 물론 전 분기(4억100만달러)보다도 많아진 사상 최대치다. 사상 최대 순이익이지만 본업인 전기차 판매의 힘은 아니었단 얘기다.
하지만 테슬라는 "최소 50%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지난해 인도량이 50만대인 것을 고려하면 올해 최소 인도 목표량이 75만대라는 설명이다. 보수적인 가이던스 제시에 시장에선 실망스런 분위기가 커졌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테슬라의 새로운 배터리 개발 현황이나 신 모델들의 구체적 출시 일정이 없다는 점이 아쉽다"고 설명했다.
최근 중국 내에서 테슬라를 둘러싸고 불거진 품질 문제, 보안 문제 등에 대한 대책 등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미국 내 자율주행 차량 사고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도 대응하지 않았다. 테슬라는 실적 발표와 함께 "카메라를 중심으로 한 자율주행 기술이 완전한 자율주행을 위한 전부"라며 자사의 기술을 재차 강조하기만 했다.
테슬라는 이날 비트코인 판매에 따라 1억100만달러(약 1120억원)의 차익을 거뒀다고도 밝혔다. 1분기에만 2억7200만달러(약 3018억원)어치 비트코인을 팔았다고 했다. 보유 비트코인의 10%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대표가 나서서 비트코인을 띄워놓고 차익을 챙겼느냐"며 비난의 목소리가 나왔다.
테슬라 주가는 실적 발표 후 시간 외 거래에서 이미 발표된 1분기 차량 인도량에 따른 주가 선반영과 실적 발표 후 실망감이 겹치며 3% 넘게 떨어지기도 했다.
우선 테슬라가 예정된 생산 물량을 제대로 만들 수 있을지가 불투명하다. 테슬라는 독일 베를린과 미국 텍사스에서 건설중인 기가팩토리가 올해 안에 모델 Y를 생산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배터리 공급 문제로 연내 출시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던 테슬라의 전기트럭 '세미 트럭'도 올해 인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사이버트럭에 대한 일정은 밝히지 않았다.
이 또한 불확실하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실적 발표 후 애널리스트들과의 통화에서 "차량용 반도체 부족이 큰 문제"라고 언급했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 문제로 생산 차질을 겪을 가능성이 있단 얘기다.
올해 각 자동차 제조사들이 전기차를 경쟁적으로 출시하면서 테슬라의 시장점유율이 어떻게 변할지 여부도 중요할 전망이다. 테슬라의 최대 강점인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인만큼 경쟁은 더 치열할 수 밖에 없다.
다만 중국 문제는 더 확대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테슬라가 적극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CEO가 트위터에서 중국을 치켜세우는 발언을 하거나 사고가 나면 이례적으로 관련 데이터를 빠르게 공개하는 식이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 우려는 테슬라가 대응을 잘 하고 있는 만큼 지금보다 불확실성이 더 커지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윤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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