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순신 장군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20년 넘게 이순신 연구에 매달려온 이봉수 서울여해재단 이순신학교 교장은 “이순신 장군을 모두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동안의 연구 결과를 최근 《이순신이 지킨 바다》라는 책으로 펴낸 이 교장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충무공 탄신일(28일)을 기념해 사람들이 이순신 장군의 전공(戰功)을 더 상세히 알길 바라는 마음에 책을 펴냈다”며 “우리가 익숙하게 여기는 이순신 장군을 재발견해야 한다”고 했다.
이 교장은 역사학과를 졸업한 전공자는 아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일하던 평범한 공기업 직원이었던 그는 LH 경남지역본부에 발령받으면서 우연히 이순신과 역사 공부에 빠져들었다. LH 토지주택박물관장까지 지내고 퇴임한 뒤엔 다양한 이순신 연구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경남본부 시절 낚시꾼들을 따라 남해 바다로 여행을 갔는데 그곳이 이순신 장군이 싸웠던 전적지라는 거예요. 그런데 아무런 안내판도, 기념비도 없었습니다. 우리 역사의 소중한 장소가 잊혀지게 내버려둬선 안 되겠다고 생각한 게 이순신 연구의 시작이었습니다.”
사료상 지명과 현존하는 지역을 일치시켜 이순신 장군의 전적을 현대 지명으로 다시 그려내는 것이 그의 주된 연구과제다. 1999년부터 300회 넘게 현장답사를 하면서 새롭게 밝혀낸 지역도 많다. 이순신 장군이 진을 친 유자도(柚子島)라는 지역은 기존에는 교도라는 곳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고문헌·지도들과 대조한 결과 난중일기의 유자도가 현재의 귤도라는 다른 섬임을 밝혀냈다.
이 교장은 “지금은 귤도가 죽도국가산업단지 조성 때문에 일부만 남고 사라진 상태”라며 “다른 지역들도 산업 발전으로 사라진 곳이 많아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이순신 장군의 전과와 역사적 발자취뿐만 아니라 마음가짐과 철학도 깊이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순신학교는 직장인을 대상으로 ‘이순신 정신’을 가르치는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경영계에서 ‘이순신 연구가’로 유명한 윤동한 전 한국콜마 회장이 서울여해재단을 설립하면서 이 교장을 초빙했다.
이 교장은 “이순신 장군은 군법에는 대쪽 같은 모습을 보이다가도, 명나라 장수를 대접하는 것처럼 실리가 필요할 때는 산해진미를 내오는 융통성과 전략을 갖춘 사람”이라며 “이순신 장군을 단순히 애국심의 상징으로 여길 것이 아니라 입체적인 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배태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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