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부실 급식' 논란에 반찬 10g 늘린다는 軍

입력 2021-04-27 17:53   수정 2021-04-28 00:21

“밥과 김치, 시금치 몇 점, 휴가 다녀온 게 죄인가요.”

지난 21일 한 ‘코로나19 격리 병사’가 저녁 식사를 놓고 SNS에 한 말이다. 육군훈련소는 병사들에게 입소 후 열흘이 지난 뒤에야 처음으로 샤워를 허용했고, 한 공군 부대는 영하 27도의 겨울날 난방 시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폐건물에 병사들을 격리했다. 각 부대가 폭로자들을 색출한다는 의혹까지 나왔지만 병사들은 멈추지 않았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군 사상 초유의 ‘격리 미투’다.

격리 병사 대다수는 휴가에서 복귀한 이들이다. 그마저도 코로나19 사태로 반년 만에 처음 휴가를 다녀온 병사가 수두룩하다. 군은 집단감염에 취약한 부대 내부의 코로나19 확산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이런 의무 격리 조치를 내렸다. 병사들은 군당국 조치를 순순히 따랐다. ‘장병’으로 묶이는 수많은 간부들은 매일같이 부대 밖을 들락거리는 등 형평성이 어긋나는 것도 참았다. 하지만 기본적인 의식주조차 보장받지 못했다.

군은 첫 폭로가 나온 지 닷새가 지나서야 서욱 국방부 장관 주재로 긴급 주요지휘관 회의를 열었다. 회의 끝에 황당한 해결 방안들이 나왔다. 격리 병사들에게 선호 메뉴를 10~20g 증량 배식하겠다는 게 대표적이다. 식재료 정량 배식을 확인하기 위해 각 부대에 저울 비치 여부를 확인하겠다는 방안도 나왔다. 격리 병사에게 도시락을 나눠줄 때 간부가 감독하겠다고도 했다. 군이 격리 미투의 원인을 마치 ‘좋아하는 반찬을 덜 받아서’ 또는 ‘간부 감독 없이 사병들이 배식해서’라고 인식한다는 우려를 사기에 충분했다.

매일같이 해외 토픽에 오를 법한 폭로가 나왔지만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지휘관은 한 명도 없었다. “이 문제에 대해 책임지고 유감을 밝힐 지휘관은 없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국방부 대변인이 “상당히 유감이고 담당 지휘관이 유감 표명과 관련해 별도로 말씀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한 게 전부다.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국방개혁 2.0’의 핵심 정책 중 하나는 ‘군 장병 처우 개선’이었다. 문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17년 21만6000원이던 병장 월급은 올해 60만8500원으로 세 배가량 됐다. 2025년엔 100만원 수준까지 뛴다고 한다. 병사 월급 인상에 힘입어 국방예산은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으로 50조원을 돌파했다.

화려한 숫자와 전 세계가 부러워한다는 ‘K방역’의 빛에 가렸지만 군이 병사들을 대하는 태도엔 전혀 변함이 없었다. 군은 황당한 해결 방안을 내놓기 전에 “21세기 선진국 군대가 아니라 20세기 소련의 수용소 같다”고 말하는 병사들에게 먼저 사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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