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26일(현지시간) 정규 시장 마감 후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73.5%, 순이익은 2637%나 급증했다. 증권사들의 전망치보다 높은 실적이다. 순이익은 사상 최대였다. 하지만 시장 분위기는 달랐다. 실적과 올해 전망 발표 후 시간외 거래에서 테슬라 주가는 한때 3% 넘게 떨어지는 등 약세를 면치 못했다. 실망감이 시장에 퍼진 영향이다. 혁신과 성장의 상징이던 테슬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쟁자들의 추격, 지지부진한 자동차 사업 수익성,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의 위기 등이 실망감의 근거가 되고 있다.
겉보기엔 좋은 실적이다. 순이익은 사상 최대였고, 7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매출도 지난 분기에 이어 100억달러를 넘겼다. 지난 5일 밝힌 대로 판매 실적도 괜찮았다. 1분기 판매량은 18만4800대로 지난해 동기보다 108.8% 급증했다. 전 분기보다도 2.3% 많다. 중국에서 모델 Y 판매량이 늘어난 영향이다.
하지만 들여다보면 투자자들이 1분기 실적에서 아쉽게 생각하는 부분이 보인다. 순이익에는 배출가스 규제에 따른 크레디트(탄소배출권) 판매가 5억1800만달러 반영됐다. 지난해 동기(3억5400만달러)는 물론 전 분기(4억100만달러)보다도 많은 역대 최대치다. 사상 최대 순이익을 냈지만 본업인 전기차 판매의 힘은 아니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테슬라는 “최소 50%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지난해 인도량이 50만 대인 것을 고려하면 올해 최소 인도 목표량이 75만 대라는 설명이다. 보수적인 가이던스 제시에 시장에선 실망스러워하는 분위기가 확산됐다. 테슬라가 독주하던 시장에서 경쟁자들이 추격을 시작한 결과란 해석도 있다. 개럿 넬슨 CFRA 애널리스트는 “테슬라의 시장점유율은 작년 정점을 찍었을 것”이라며 “그동안 경쟁자가 없었지만 이제 상황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테슬라의 새로운 배터리 개발 현황이나 구체적인 신모델 출시 일정이 없다는 점이 아쉽다”고 설명했다.
최대 시장인 중국 리스크도 불안 요소다. 최근 중국 내에서 테슬라를 둘러싸고 불거진 품질과 보안 문제 등에 대한 대책은 이날 언급되지 않았다. 미국 내 자율주행 차량 사고와 관련한 우려에 대해서도 테슬라는 대응하지 않았다. 테슬라는 실적 발표와 함께 “카메라를 중심으로 한 자율주행 기술이 완전한 자율주행을 위한 전부”라며 기술력을 재차 강조하기만 했다.
생산도 문제다. 테슬라는 독일 베를린과 미국 텍사스에 건설 중인 기가팩토리에서 올해 안에 모델 Y를 생산할 계획이다. 또 배터리 공급 문제로 연내 출시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던 전기트럭 ‘세미 트럭’도 올해 본격적으로 판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실적 발표 후 애널리스트들과의 통화에서 “차량용 반도체 부족이 큰 문제”라고 언급했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 문제로 생산 차질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올해 각 자동차 제조사가 전기차를 경쟁적으로 출시하면서 테슬라의 시장점유율이 어떻게 변하느냐도 주가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테슬라의 최대 강점인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인 만큼 경쟁은 더 치열할 수밖에 없다.
고윤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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