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는 지난 26일 MBC에서 열린 민주당 당대표 후보자 토론회에서 홍영표 후보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같은 날 앞서 진행된 강원 지역 연설회에서 홍 후보가 “우유부단한 리더십은 곤란하다”며 “과감하게 결단하고 돌파하는 당대표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데 따른 것이다.
우 후보는 TV토론에서 홍 후보와 “같은 문제를 가지고 다른 태도를 가진 점”으로 ‘드루킹 특검’을 꼽았다. 2018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민주당 당원인 드루킹 김동원 씨의 여론조작 사건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당시 20대 국회 전반기 민주당 원내대표였던 우 후보는 이를 거부했고, 하반기 원내대표였던 홍 후보는 야당과 드루킹 특검에 합의했다는 게 우 후보의 지적이다. 우 후보는 “홍 후보가 원내대표가 되고 그걸(드루킹 특검) 결단력 있게 받았다”며 비꼬는 투로 말하기도 했다.
홍 후보는 “(우 후보가) 느닷없이 드루킹 특검을 들고 나왔다”며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면서 “김경수 경남지사 본인이 특검을 받겠다고 한 게 결정적으로 여야 간 합의하게 된 배경인 건 알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사실상 드루킹 특검의 책임론까지 제기되면서 여당 대표들의 ‘친문(친문재인) 구애’가 도를 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드루킹 사건은 당시 대표였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조차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반민주적 행태”라고 엄정 수사를 촉구했던 건이다. 이후 드루킹은 물론 김 지사까지 유죄 판결을 받았다.
우 후보가 드루킹 특검을 소환한 이유를 짐작하는 건 어렵지 않다. 친문 지지층이 주를 이루는 권리당원 표심(40%)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다. 드루킹 특검으로 친문 적자로 꼽힌 김 지사의 대권 도전이 좌절된 책임을 홍 후보에게 돌리려는 의도로 보인다.
4·7 재·보궐선거 참패 뒤 민주당에서는 반성과 쇄신 요구가 분출했다. 이날 토론에서 후보들 역시 “내로남불이 결정타”였다거나 “국민 삶에서 멀어졌다”면서 재보선 패배 요인을 꼽았다. 하지만 정작 위기 속 여당을 이끌겠다고 나선 당사자들은 스스로를 ‘친문 적자’라고 증명하는 데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누가 대표가 될 것으로 기대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민주당 관계자조차 “누가 돼도 똑같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지금까지 당대표 후보들이 보인 모습을 보면 ‘도로 친문당’이란 말을 수긍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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