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진 기자
인사할 시간도 없습니다
4월은 새싹이 움트는 달이죠
농부들에겐 가장 중요한 시기입니다
가을에 추수를 하려면
부지런히 일해둬야 하니까요
형진이도 새싹반 시절부터 농사를 했습니다
우렁각시랑 살면서
배추도사 무도사
배추농사 무농사를 했죠
어느 해는 풍년이었습니다
배추값이 떨어졌지만
농사를 워낙 많이 지어놨으니까
형진이는 돈을 많이 벌었죠
다음해는 더 풍년이었습니다
배추값은 헐값이 됐지만
겨우 본전은 벌었죠
형진이는 그동안 모은 돈으로
우렁각시와 해외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농사를 때려치웠죠
그런데 그 다음해는 흉년이었습니다
배추값이 무진장 오르고 있었는데
형진이네 밭엔 배추가 없었죠
부랴부랴 밭도 갈고
씨앗도 뿌리고
물도 줬지만
뒤늦게 수확이 될 리가 없죠
결국 농사가 망해서
형진이는 빈털터리가 됐습니다
우렁각시도 새살림 차렸다는
슬픈 전래동화
감이 오시나요
집농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집값 올라갈 땐 집 모자란다고 열심히 농사 시작하죠
그런데 수확할 땐 집이 많아지니까 집값이 떨어집니다
그럼 집 많다고 농사 걷어치우겠죠
이때 집값은 또 오릅니다
다시 농사 지으려면
형진이처럼
밭도 갈고
씨앗도 뿌리도
물도 줘야죠
그런데 집농사는 자식농사만큼 오래 걸립니다
망하면 빠꾸가 없는 것도 똑같죠
어쨌든
재개발·재건축은 최소 15년 전에 밭을 갈아야 하고
신도시도 10년 전엔 씨앗을 뿌려야 하죠
당장 오늘 삽을 떠도
수확까진 최소 2년 6개월이 걸립니다
요약하면 집값이 오르든 내리든
미리미리 준비를 해둬야 필요할 때 수확할 수 있다는 이야기죠
그렇다고 집값 내릴 때 진짜 농사지으면
곡소리 납니다
이분이 제대로 보여주셨죠
중요한 건 주택공급이 안정적으로 지속될 것이란 신호
집값이 오를 기미라도 보이면 바로 공급 프로세스가 작동할 것이란 시그널
아 너무 유식한가?
배추가 흉작이어도
창고에 100만 포기가 있어서 바로 출하할 수 있다면
형진이가 다시 파종하는 것보단 빨리 가격을 잡을 수 있겠죠
3기 신도시
30만 가구
80만 가구
100만 가구
200만 가구
공급하겠다지만
3D안경으로 보면
10년 뒤엔 될지도 모름
이라고 써있습니다
이제 모내기한다는 얘기죠
어쨌든 저는 도망간 우렁각시 찾으러
그럼 이만 총총
기획 집코노미TV 총괄 조성근 디지털라이브부장
진행 전형진 기자 편집 김윤화 PD 디자인 이지영 디자이너
BGM 한경필하모닉오케스트라
제작 한국경제신문·한경닷컴·한경디지털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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