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연기상 수상자와 후보자에게 주어지는 스웨그 백(선물 가방)이 공짜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가방을 받으면 수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내야하기 때문이다.
27일(현지시간) 미국 매체 포브스와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로스앤젤레스(LA) 마케팅 업체 '디스팅크티브 애셋'은 오스카 연기상과 감독상 후보자 등 25명에게 주겠다면서 선물 가방을 마련했다.
이 선물 가방은 디스팅크티브 애셋이 오스카 스타들의 유명세를 활용해 상품을 홍보하기를 원하는 업체 제품을 모아 선물 가방이라고 만든 것으로 오스카상을 주관하는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와 전혀 상관없다.
선물 가방에는 리조트 숙박권, 지방흡입 시술권, 주류와 과자, 카드 게임 등 잡다한 제품이 포함됐다. 캘리포니아주에서 합법화된 각종 대마초 성분 제품도 들어있다. 24캐럿 금박을 입혔다는 대마 용액 카트리지, 희석한 대마 용액과 멜라토닌을 섞은 수면 유도제, 대마 성분이 들어간 고약 등이다.
선물 가방은 미국의 배달 서비스 업체 '포스트메이트'를 통해 오스카 후보자의 자택이나 숙소로 배송된다. 그러나 이 선물 가방에 대해 미국 국세청(IRS)은 연예인 소득으로 분류해 세금을 부과한다.
만약 일방적으로 전달된 선물 가방을 받아든 오스카 수상자와 후보자 입장에선 거액의 세금만 내야할 수도 있다. 미국 연방세와 캘리포니아 주세 등을 적용하면 2억여원 가치로 알려진 이 가방을 받으면 세금 1억원을 내야한는 셈이다.
앞서 아카데미는 2001년부터 업체 협찬을 받아 선물 가방을 후보자와 시상자에게 나눠주다 미 세무당국 조사를 받고 2006년에 아예 없앴다.
이후 디스팅크티브 애셋이 오스카 가방이라고 선전하며 판촉 활동을 펼치고 있으나 아카데미 측은 이 업체가 오스카와 전혀 관련이 없다는 것을 명시하도록 했다.
디스팅크티브 애셋이 영화 '미나리'로 오스카 연기상과 감독상 후보에 오른 배우 윤여정과 스티븐 연, 리 이아작 정(한국명 정이삭) 감독에게 과연 가방을 전달했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한편 윤여정은 25일(현지시간)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미국 독립 영화 '미나리'의 순자 역으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윤여정은 아카데미에서 연기상을 받은 최초의 한국 배우이자 '사요나라'(1957)의 우메키 미요시 이후 64년 만에 역대 두 번째로 아카데미 연기상을 받은 아시아 여성 배우가 됐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