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이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 손보기를 본격화하고 있다. 그가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앤트그룹 상장 심사 과정을 들여다보는 한편 여기에 영향력을 행사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정·재계 인사들까지 타깃으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시간) 중국 정부가 지난해 앤트그룹이 기업공개(IPO) 계획을 승인받은 과정을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앤트그룹은 지난해 11월 홍콩과 상하이 증권거래소에서 IPO를 할 예정이었지만, 마윈이 공개적으로 금융당국을 비판한 직후 중단됐다.
중국 당국은 올해 초부터 앤트그룹이 IPO를 추진한 과정을 집중적으로 파헤치고 있다. WSJ은 중국에서 IPO 승인을 받기 위해선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앤트그룹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신속하게 승인 절차가 완료됐다고 지적했다. 작년 8월말에 예비심사를 신청했는데 한 달 만에 절차를 진행해도 된다는 예비승인이 나온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관료들이 있는지, 그런 관료들이 마윈과 어떤 관계인지 등이 당국의 주요 관심사라는 설명이다.
WSJ은 상하이증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리창 상하이시 공산당 서기(62)가 조사대상이 될지 여부에 주목했다. 리 서기는 공산당 권력 서열 최상위 25인으로 구성된 중앙정치국 위원이기도 하다. 그는 알리바바 본사 소재지인 항저우시가 있는 저장성의 성장, 장쑤성 당서기 등을 지냈으며 마윈과도 가까운 관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앤트그룹이 IPO로 발행하려던 신주를 인수하려고 했던 중국의 각종 펀드 관계자들도 조사 대상에 올랐다. 마윈에게 우호적이었던 정·재계 인사들이 모두 중국 당국의 표적이 됐다는 얘기다. 중국 당국은 이번 조사가 끝나기 전까지 마윈이 중국을 떠날 수 없도록 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를 창업한 마윈은 한때 중국에서 '재물신(財物神)'이라는 추앙을 받을 정도로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상하이에서 열린 한 금융포럼에서 금융당국의 보수적 감독 기조를 비판했다가 거센 역풍을 맞았다. 그가 최대주주로 있는 핀테크업체 앤트그룹은 상장이 중단됐을 뿐 아니라 주 수익원인 금융업을 사실상 떼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중국에선 이미 누구도 쉽게 만날 수 없는 처지가 된 마윈이 '정치적 사형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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