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다음달부터 전국 최초로 부양의무제를 폐지한다고 28일 발표했다. 소득과 재산 기준만 충족하면 부양가족이 있어도 ‘서울형 기초보장’ 수급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서울시는 지난해 8월 75세 이상 어르신 가구의 부양의무제를 없앤 데 이어 모든 가구로 범위를 확대했다.
생계급여 지원 대상은 소득평가액 기준으로 중위소득 45% 이하, 재산 1억3500만원(가구당) 이하, 금융재산 3000만원 미만 등이다. 그동안은 이 같은 조건을 충족해도 부양가족이 있으면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 서울시는 부양의무제 폐지로 2300여 가구가 새로 생계 급여를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단 연소득 1억원 이상이거나 9억원 이상의 재산이 있는 부양의무자가 있는 경우는 제외한다.
생계급여는 가구별 소득에 따라 차등지원한다. 예컨대 1인가구는 소득이 없으면 27만4175원을 지원하고, 월소득 82만2524만원이면 9만1392원을 지원한다. 이밖에 해산급여 70만원, 장제급여 80만원도 지원한다.
서울시의 이번 결정은 내년으로 예정된 정부의 기초생활보장제도 생계급여 부양의무제 폐지보다 앞선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 가구가 늘어나는 상황을 고려했다”며 “본인 생계가 어려운데도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 보호받지 못하던 실질적 빈곤층을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부양의무자 기준은 빈곤층 사각지대 발생의 요인으로 꼽혔다. 부양의무제 근거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직계혈족과 배우자, 생계를 같이하는 친족간 서로 부양의 의무가 있다’는 규정이다. 이로 인해 조부모나 부모 또는 자녀, 배우자 등이 일정 재산과 소득이 있으면 실제 왕래가 없어도 생계급여와 같은 정부의 복지 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
지난해 말 서울 방배동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60대 여성 A씨가 생활고로 숨진 뒤 방치됐다 발견된 ‘방배동 모자 사건’ 역시 부양의무제로 인한 복지 사각지대에서 발생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A씨는 이혼한 아버지와 딸이 서류상 부양의무자로 돼 있어 기초생활보장제도 중 주거급여(약 28만원 월세 보조) 외에 생계급여와 의료급여 같은 추가 지원을 받지 못했다. 발달장애인인 아들은 노숙하다 구조됐다.
정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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