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19%가량 급등하면서 “공시가를 내려달라”는 요구가 5만 건 가까이 쏟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이후 14년 만에 가장 많았다. 공시가가 70% 오른 세종시에선 의견제출이 작년 대비 15배 급증했다. 중저가 주택으로 분류되는 공시가 9억원 미만 주택 소유자의 불만도 쇄도했다. 그러나 제출된 의견의 단 5%만 받아들여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3월 16일 공개한 공동주택 공시가격 초안에 대해 이달 5일까지 접수된 의견제출이 총 4만9601건으로 집계됐다고 28일 발표했다. 작년(3만7410건)보다 32.5% 늘어난 수치며 2008년(5만6355건) 이후 최대 규모다.
공시가에 대한 의견제출은 2018년 1290건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9년 2만8735건, 2020년 3만7410건 등 매년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집값이 오르고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까지 맞물려 공시가가 급등한 결과다. 올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작년보다 19.05% 올라 2007년(22.70%) 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특히 세종시(70.25%)는 비트코인처럼 수직 상승했다.
제출된 의견의 98%가 공시가격을 낮춰달라는 요구였다. 지난해 전국 집값 상승률 1위를 기록한 세종은 의견제출 건수가 275건에서 4095건으로 15배 증가했다. 대구는 지난해 70건에서 1015건으로, 부산은 486건에서 4143건으로 늘었다.
올해는 고가주택의 기준이 되는 9억원 미만 주택 소유주들의 불만도 거셌다. 서울 ‘노도강(노원·도봉·강북)’ 등 중저가 주택이 많은 비강남권의 공시가 인상률이 강남권을 크게 웃돌았기 때문이다. 공시가를 낮춰달라는 총 4만8591건의 요구 중 9억원 미만이 3만1182건으로 전체의 64.1%에 달했다. 작년에는 9억원 미만의 하향 요구가 7508건(21.3%)이었다.
한편 지방자치단체장이 나서 공시가격 오류 논란에 불을 지폈던 서울과 제주에선 의견제출이 오히려 감소했다. 서울은 지난해 2만6029건에서 2만2502건으로, 제주 역시 115건에서 46건으로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 의견제출이 많이 받아들여진 곳은 경남 12.4%(54건), 세종 11.5%(470건), 강원 10.9%(7건) 순이었다. 서울(3.8%), 경기(4.2%) 등도 일부 요구가 수용됐다. 이로써 공시가 상승률은 전국 기준 19.05%로, 열람안보다 0.03%포인트 떨어졌다. 지역별로는 서울 19.89%, 부산 19.56%, 세종 70.25% 등이다. 공시가 시세 반영률은 열람 때와 같은 70.2%로 작년(69.0%)보다 1.2%포인트 높아졌다.
국토부는 29일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공개하면서 투명성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산정 근거도 일부 공개한다. 여기에는 주택특성정보와 가격 참고자료, 산정과정에 대한 설명 등이 포함된다.
그러나 공시가 급등에 대한 불만과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공시가는 재산세 등 보유세는 물론 건강보험 국민연금 등 60여 개 항목에 영향을 주는 지표기 때문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정부가 밝히는 산정 근거는 건축물대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불만을 가라앉히려면 배점 기준 등 계량화된 수치가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집값이 올랐다고 해서 세금 급증을 감당할 수 있는 소득이 함께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며 “현실에 맞게 종부세 부과 기준을 수정하거나 공시가 인상 속도를 조절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시가에 이의가 있는 경우 다음달 28일까지 ‘부동산 공시가격 알리미’를 통하거나 국토부, 시·군·구청(민원실), 한국부동산원에 우편·팩스 또는 직접 방문해 제출하면 된다. 이의신청 재조사를 거쳐 공시가는 6월 25일 최종 확정된다.
이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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