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한국의 아마존은 누가 될까

입력 2021-04-28 17:25   수정 2021-05-03 09:29

‘학생 무료 6개월’에 혹해서 아마존 프라임에 가입했다. 미국식 업무 처리와 느린 배송에 차차 익숙해질 즈음이었다.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최소 1주일은 예상했던 물건이 이틀 뒤 집 앞에 도착했다. 때론 전날 오전 주문한 물건이 다음날 저녁에 와서 당황스러웠다. 경쟁업체인 이베이의 배송은 여전히 1주일씩 걸렸다. 유통업계 절대강자 월마트가 일부 품목의 온라인 판매와 배달 서비스로 대응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무료 서비스 기간이 끝나자 주저없이 한 달 13달러짜리 프라임 유료회원에 가입했다. 아마존의 배송은 중독성 강한 서비스였다. 2016~2017년 미국 연수 시절 경험한 아마존 프라임은 혁명적이었다.
e커머스 격전지 된 한국
아마존발(發) 물류 혁명이 한국에 태풍을 몰고 왔다. 한국의 아마존을 꿈꾸는 쿠팡의 지난 2월 미국 뉴욕증시 상장이 기폭제다. “조만간 망할 것”이라는 세간의 혹평을 넘어 단숨에 국내 온라인 플랫폼 업체 시가총액 1위에 올라섰다. 아마존을 벤치마킹한 쿠팡은 배송 속도를 핵심 무기로 삼고 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결합한 배송 서비스는 유통업계의 기존 질서를 송두리째 흔들어놓고 있다. 인터넷업계의 절대강자로 군림해온 네이버도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롯데 등 전통 유통강자들은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국내에서 아마존과 같은 절대강자가 출현할 수 있을까. 섣불리 예단하긴 어렵지만 한국 시장은 미국과 다를 것이란 의견이 아직은 우세하다. 현재 아마존의 미국 e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 점유율은 약 40%로 절대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월마트 크루거 등 전통 유통회사들이 방심한 틈을 노린 제프 베이조스의 ‘블리츠크리그(전격전)’ 성과다. 빅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 알렉사를 앞세운 아마존의 공세는 기존 유통업체들의 상상력을 뛰어넘었다. 물류 시장에서 선순환 구조의 성장 ‘플라이휠’을 구축한 아마존의 비즈니스 모델은 ‘베조노믹스’라는 칭호까지 얻었다.

국내 e커머스 시장에서 선순환 플라이휠을 구현한 회사는 아직 없다. 쿠팡이 e커머스 시장의 메기 역할을 하고 있지만 지배적 위치까지는 갈 길이 멀다. 지난해 국내 e커머스 시장 점유율 1위는 17%를 차지한 네이버다. 쿠팡의 기세가 매섭지만 아직 13%에 머물고 있다. 뉴욕증시 상장으로 약 5조원의 실탄을 확보한 쿠팡이 올 들어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호적수를 만난 네이버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쿠팡·네이버에 아마존도 가세
여기에 불의의 일격을 당한 11번가 등 기존 온라인 채널, 롯데 신세계 등 전통 유통업체들도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참여하며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다. 여름께엔 아마존이 SK와 손잡고 직접 국내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이미 세계 17개국에 진출한 아마존의 한국 상륙은 상대적으로 늦은 편이다. 단독 진출 대신 현지 파트너사를 택한 것은 격화된 한국 시장의 특수성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인근 일본에서 아마존은 e커머스 시장 점유율 52%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 라쿠텐(28%) 야후재팬(11%) 등 후발 주자들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있다. 하지만 네이버 쿠팡 카카오 등 한국형 온라인 플랫폼 강자와 전열을 정비한 전통 유통업체가 버티고 있는 한국은 아마존이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시장이 될 공산이 크다. 지난해 기준 161조원 규모인 한국의 e커머스 시장을 두고 국내외 플레이어들이 대결하는 전국(戰國)시대를 맞게 된 셈이다. 올 한 해가 ‘절대강자의 등장이냐, 상위 업체 간 분점이냐’를 가름하는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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