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라에서 보좌관에게 4급 21호봉을 주나. 적당히 하라.” (국회사무처 노동조합 게시판)
국회사무처 인력 증원을 계기로 국회 보좌진과 국회사무처 직원들 간 갈등이 표면 위로 다시 드러나고 있다. 지난 27일 사무처 직원 37명을 늘리는 안건이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결되면서다. 사무처 직제 규정은 국회사무처법에서 위임된 국회 규칙 중 하나로 운영위를 통과하면 본회의 의결 없이 그대로 시행된다.
국민의힘 보좌진협의회는 의결 전 입장문을 내고 “국민 혈세가 매년 60억원 소요되는 중차대한 내용이 충분한 논의 없이 상정됐다. 철밥통도 최소한의 양심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전국공무원노조 국회사무처지부는 “어이가 없다. 뭘 바라고 이간질하나. 보좌직원이 2010년부터 2017년까지 600명 증원됐고, 3급 보좌관 신설을 끊임없이 추진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결국 당초 사무처 직원 55명을 증원하려던 안은 37명으로 축소돼 의결됐다.
‘어공(어쩌다 공무원)’ 보좌관들과 ‘늘공(직업 공무원)’ 국회 사무처 직원들 간 갈등이 이번 증원을 계기로 또다시 불거졌다. 한 국회 관계자는 “2017년 8급 보좌관직을 신설할 때도 사무처에서 부정적인 반응이 많이 나왔다”며 “그때부터 오랜 앙금이 쌓인 것”이라고 했다. 국회 보좌진 증원은 막으면서 사무처 정원만 늘리는 전형적인 조직 이기주의라는 비판이다. 한 당직자는 “일자리가 늘 불안정한 보좌진 입장에선 ‘늘공’인 사무처 직원 자릿수가 늘어나는 게 고깝다는 배경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국회사무처 입장에선 보좌진이 엉터리 법안을 발의한 뒤 뒤처리는 사무처 직원들이 하고 있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 현재 발의 속도라면 21대 국회의 법안 발의는 3만 건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10년 전인 18대 국회 발의 건수인 1만4000건과 비교하면 두 배가량 늘었다.
일각에선 국회 기득권끼리 밥그릇 싸움을 벌이는 모습이 보기 좋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에 국회사무처 증원안이 통과되면서 결국 사무처도 보좌진들이 요구하는 3급 보좌관직 신설이 받아들여지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국민이 보기엔 결국 ‘갑들의 다툼’일 것”이라며 “이들이 조직 지키기에만 나서다 보면 나랏돈만 새는 것 아니냐”고 했다.
고은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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