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코로나 위기 중에 부도를 냈다든가 신용불량에 빠진 분들의 신용을 회복시켜 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에 발의돼 있는 한국은행법 개정안을 고쳐 신불자 전원 구제방안을 추진한다는 복안이다. 경제위기 때 한은이 위기에 처한 기업의 회사채·기업어음을 사주는 방식으로 지원하는 내용인데 그 대상에 신불자까지 포함하겠다는 것이다.
늘 그렇듯, 취지야 그럴싸하다. 하지만 이 방안은 가늠조차 힘든 구제비용은 차치하더라도 치명적 부작용 탓에 이미 검증에서 탈락한 사안이다. 4·7 재·보궐선거 전에도 여당 일각에서 한은 발권력을 동원한 소상공인 지원방안이 거론됐으나 인플레이션 유발, 국가신인도 추락, 중앙은행 독립성 훼손, 도덕적 해이 등 숱한 문제가 지적돼 유야무야됐다.
그럼에도 여당이 이런 논쟁에 다시 불을 지피려는 의도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내년 대선이 코앞인데, 민심 이반이 심각하다. 재정은 이미 한계에 도달해 대통령이 약속한 전 국민 위로금 같은 선심대책을 펴려면 한은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일 것이다. 나랏빚이 4년 새 187조원이나 늘어 1000조원에 육박하고 증가 속도를 줄이라는 경고가 쏟아지는 터다.
정부·여당은 지난 4년간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당장 생색낼 수 있는 대증적 포퓰리즘 요법에 치중해왔다. 인구가 줄어도 공무원수를 늘리고, ‘세금 알바’를 늘려 고용통계 분식에 급급했다. 선거 임박해선 수십조원이 드는 재난지원금과 가덕도신공항특별법을 밀어붙이고, 투기를 잡겠다며 25차례나 대책을 냈지만 전국 집값만 올려놓은 식이었다.
윤 원내대표는 이번에 신불자 구제방안을 제안하며 ‘포용적 양적완화’와 ‘경제 대(大)화해’라는 프레임을 내세웠다. 그러나 진정한 포용과 화해는 한은 발권력을 동원한 또 하나의 포퓰리즘 정책이 아니라 민간 경제활력을 되살릴 구조개혁과 규제 혁파에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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