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을 공식화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상속 재산에 대한 유족 간 합의를 마치지 못한 점이 부담이다. 이 부회장이 구속 상태인 데다 최근 충수염으로 장기간 입원하면서 세부 방안과 관련해 의견을 나눌 기회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지분 변동 방향에 대해 경제계에선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유족이 뜻을 모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6일 이 회장의 삼성생명 지분 20.76%를 유족이 공동소유하기로 금융당국에 신고한 이유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상속 등으로 주식을 취득해 보험사의 대주주가 되는 경우 사망일로부터 3개월 안에 당국에 승인 신청을 해야 해서다. 유족들은 이미 올초 한 차례 신고 기한 연장을 신청해 이달 26일이 마감 시한이었다. 기한 내 이 부회장을 포함한 유족 간 협의가 마무리되지 못해 일단 공동소유 지분으로 신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재계는 유족이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지분을 정리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선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뿐 아니라 삼성물산, 삼성생명 지분의 상당 규모를 물려받아야 한다. 삼성생명과 삼성물산이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디딤돌이 되기 때문이다.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지분 17.48%를 보유한 최대주주지만, 삼성전자 직접 보유 지분은 0.7%에 불과하다. 이 회장의 삼성전자 보통주 지분 4.18%를 받는다 해도 경영권 방어에 다소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반면 삼성생명과 삼성물산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8.51%와 5.01%다. 이 회장의 주식 지분이 이 부회장에게 넘어간다면 경영권 안정에 힘이 실릴 수 있다.
다만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을 높인다 해도 국회에 계류 중인 보험업법 개정안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일부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보험사의 계열사 지분 보유액 평가방식을 취득원가에서 시가로 바꿔놨다. 보유 한도는 계열사 총자산의 3%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시가로 26조원이 넘는다. 290조원에 달하는 삼성생명 총자산의 9.2%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3%룰’에 따라 삼성전자 주식을 처분해야 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유족의 지분 배분 내용은 조만간 각 계열사 공시를 통해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주주 지분 변동이 생기면 5일 안에 공시해야 한다. 지분 배분 시한에 대한 법적 제한은 없다.
박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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