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특급’ 박찬호(48·사진)가 프로골프투어 1부 무대 데뷔전을 야구에 빗대어 이같이 말했다. 자신의 첫 라운드가 야구로 치면 선발투수가 잘 던지지 못했는데 승리 요건마저 충족하지 못하고 교체당하는 상황처럼 좋지 못했다는 뜻이다. 그의 비유처럼 박찬호는 29일 전북 군산CC(파71)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KPGA군산CC오픈(총상금 5억원) 1라운드에서 트리플 보기 1개와 더블 보기 1개, 보기 8개를 쏟아내는 동안 버디는 1개밖에 낚지 못해 12타를 잃고 홀아웃했다. 최하위권 성적이다.
메이저리그 통산 124승을 보유한 박찬호는 은퇴 후 프로골퍼 데뷔를 목표로 연습에 매진해왔다. 앞서 열린 KPGA 스릭슨(2부)투어 예선으로 프로 무대를 노크했지만 연거푸 탈락해 프로 무대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이번 대회에는 추천 선수로 뽑혀 1부 무대를 경험할 기회를 얻었다. 아마추어 선수 추천 조건 중 하나인 공인 핸디캡 3 이하를 충족해 출전이 가능했다.
1번홀(파4) 티샷이 왼쪽으로 감기는 등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던 박찬호는 전반에 3타를 잃었다. 후반에는 강한 바람에 고전해 9타를 더 잃었다. 박찬호는 “퍼팅만 40개 가까이 한 것 같다”며 “스릭슨 예선전만 해도 단 하나의 샷으로 파를 잡을 수 있었는데 확실히 1부 투어 코스는 달랐다. 골프는 정말 막내딸처럼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 같다”며 허탈한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좋지 않은 성적에도 박찬호는 대회 흥행을 위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다. 9번홀(파5)에선 중거리 파 퍼트를 성공시켜 전성기 시절 마운드 위에서 보여주던 ‘어퍼컷 세리머니’를 재연했다. 18번홀(파4)에선 7m 거리의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같은 조 선수들과 주먹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박찬호는 “주변에서 KPGA 발전을 위해 대회에 자주 나와 달라고 한다”며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이 뭔지 생각하고 노력하려고 한다. (대회에 계속 출전하기 위해선) 더 많은 연습이 필요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내일 목표는 10오버파다. 버디는 2개 이상 잡고 싶다”며 껄껄 웃었다.
강풍 속에서도 나란히 6타를 줄인 현정협(38)과 김동민(23), 투어 3승을 보유한 김우현(30)이 공동 선두 그룹을 형성했다. 현정협은 이날 버디만 6개를 낚아 출전 선수 156명 중 유일하게 ‘보기 프리 라운드’ 스코어카드를 적어냈다.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출전한 ‘무서운 10대’ 김주형(19)은 이븐파를 쳐 중위권에서 출발했다.
조희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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